시선 집중. 샛노란 로터스 ‘엘레트라’가 다니는 곳마다 주변 시선이 느껴질 정도로 관심을 한몸에 받았다. 실내에선 차 밖의 표정을 여유롭게 살필 수 있을 만큼 마주한 사람들은 엘레트라에 사로잡혀 있었다.
엘레트라를 본격적으로 소개하면 918마력에 한 번, 2억 원 초반 대 가격에 두 번 놀란다. 순수 전기 SUV라는 것에 또 한 번, 최대 490km(WLTP 기준)에 달하는 주행거리는 놀라움에 쐐기를 박는다.
최근에 만난 엘레트라는 거의 모든 면에서 기대를 뛰어 넘었다. 성능은 물론, 첨단 운전 보조 기능과 널찍한 공간까지 제대로 값어치 하는 ‘물건’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여기에 로터스만의 특별한 디자인으로 개성도 챙겼다. 전기차 효율성은 덤.
로터스자동차코리아 관계자는 “엘레트라는 실용적이고 다재다능하며 넓은 실내를 갖춘 가족 중심의 순수 전기 하이퍼 SUV를 원하는 이들을 겨냥한 차”라며 “편안함·고성능·최첨단 럭셔리 디자인과 지속 가능한 소재를 결합한 역대 가장 진보한 로터스”라고 강조했다.
시승차는 엘레트라를 온전히 경험할 수 있는 최상위 R 모델이었다. 최고 출력 918마력, 순간 토크가 985Nm에 이른다. R은 단 2.95초 만에 시속 100km를 주파하는 강력한 성능을 지녔다. 동시에 490km의 주행 거리도 확보했다. SUV지만 공기역학을 고려한 설계 덕분에 공기저항 계수가 슈퍼카 수준인 0.26Cd다. Cd값이 적을수록 공기저항을 적게 받는다.
918마력은 가히 위압적이다. 덕분에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지 짜릿한 기분을 느낄 수 있었다. 엘레트라 R 최고 출력은 비슷한 하이퍼 SUV로 분류되는 페라리 푸로산게(725마력), 람보르기니 우루스 SE(800마력)을 앞선다.
텅 빈 도로에서 가속 페달을 지그시 밟자 비현실적인 출력이 비로소 몸으로 와 닿았다. 이 차는 순식간에 속도를 삼키더니 10초 만에 엘레트라가 제한한 최고 속도까지 올려놨다. 엘레트라는 가볍고 작은 전기 모터를 앞뒤 차축에 통합해 뛰어난 성능을 제공한다.
엘레트라 R은 뒷차축에 1단 기어비가 13.65:1이고, 2단 기어비가 7.16:1인 2단 변속기를 더했다. 이를 통해 탁월한 초반 가속, 고속에서의 효율성과 주행 거리 확보라는 이상적인 성능 균형을 확보할 수 있었다.
민첩한 움직임도 일품이다. 엘레트라는 전자 기계식 파워 스티어링을 사용한 최초의 로터스다. 이 시스템은 운전자의 조작에 대한 순수하고 진정한 연결성, 피드백, 직관적인 반응성을 제공하도록 세심하게 조정됐다. 락-투-락 2.5회전을 지원하는 스티어링은 스포츠카처럼 빠른 반응 속도를 보여준다. 랙 장착형 모터는 필요할 때만 전력을 소비한다. 따라서 보조력을 제공하기 위해 유압 장치에 의존하는 시스템보다 더 높은 에너지 효율성을 자랑한다.
로터스 최초로 적용된 액티브 리어 스티어링 시스템은 엘레트라를 더욱 민첩하게 만든다. 토 컨트롤 암과 연결된 리어 서브 프레임에 더해진 액추에이터는 리어 서스펜션 너클을 최대 3.5º 회전시킬 수 있다. 저속에서는 뒷바퀴가 앞바퀴와 반대 방향으로 움직여 휠베이스가 짧아진 것과 같은 효과가 발생하고 회전 반경을 최대 0.8m 줄여 기동성을 높인다. 고속에서는 뒷바퀴가 앞바퀴와 같은 방향으로 회전해 주행 안정성을 향상시킨다.
부드러운 승차감은 최고급 세단 못지않았다. 특히나 과속방지턱을 넘을 때나 험로에서 진가가 발휘된다. 엘레트라는 경량 알루미늄으로 제작된 정교한 앞뒤 멀티링크 서스펜션을 갖추고 있다. 서스펜션 각 구성 요소 설계는 측면 및 세로 하중의 효과적인 분산을 가능하게 만든다. 동시에 하나의 속성이 다른 속성을 손상시키지 않으면서 탁월한 승차감과 뛰어난 반응성을 제공한다.
엘레트라에 장착된 듀얼 챔버 에어 스프링은 지상고와 감쇠력을 독립적으로 제어한다. 액티브 에어 서스펜션은 편안함과 정교함 외에도 속도에 따라 지상고를 최대 25mm까지 낮춰 공기저항을 줄여 주행 거리를 늘린다. 또한 지상고를 15~25mm 높여 오프로드 주행 성능을 향상시킬 수도 있다.
전자 제어식 댐핑 시스템은 서스펜션에 가해지는 하중을 초당 1000회 가량 지속적으로 측정하고, 댐핑 속도를 초당 500회 조정해 차체 제어를 개선한다. 엘레트라가 도로와 함께 ‘호흡’할 수 있도록 돕는 장치다.
엘레트라는 선호하는 운전 스타일에 따라 다양한 드라이브 모드를 설정할 수 있다. 엘레트라 R에는 트랙 모드를 별도로 마련해 색다른 주행 경험을 선사한다. 트랙의 경우 스포츠 모드와 비교해 지상고를 낮추고 파워트레인 반응성을 향상시킨다. 동시에 전자식 주행 제어 시스템의 개입 임계값을 높여 운전자가 엘레트라의 코너링 동작에 더 많은 영향을 미치도록 한다. 트랙 모드는 서킷과 같은 역동적인 주행 상황에 적합하다.
타이어와 브레이크에 대한 대대적인 개발 작업도 진행됐다. 로터스는 피렐리와 협력해 엘레트라를 위해 다양한 22인치 및 23인치 P제로 고성능 전용 타이어, 22인치 P제로 코르사 초고성능 전용 타이어를 개발했다. 모든 타이어는 젖거나 마른 노면에서 이상적인 균형을 제공하는데, 특히 전기 모터의 순간적인 토크로 인해 발생하는 높은 부하에서 이런 장점이 더욱 두드러진다.
엘레트라를 위해 개발된 브레이크 시스템은 6 피스톤 전륜 캘리퍼와 2개의 브렘보 디스크로 구성된다. 여기에는 강철 로터와 알루미늄 마운팅 벨도 포함된다. 특수 주조 공정으로 결합된 이 디스크는 기존 일체형 주조 디스크에 비해 무게를 줄이고 고온에서 향상된 열 관리 기능을 제공해 제동 성능을 향상시킨다. 이 브레이크의 성능은 전설적인 뉘르부르크링 노르트슐라이페의 까다로운 테스트 프로그램에서 입증됐다.
엘레트라는 주행 거리와 성능에 맞는 충전 기능도 제공한다. R(490km) 모델보다 한 단계 낮은 엘레트라 S 모델은 최대 600km를 갈 수 있다.
엘레트라에는 22kW 온보드 AC 충전기가 기본으로 제공된다. 집에 22kW 월박스가 있을 경우, 6시간 이내에 완전 충전이 가능하다. 또한 단 20분이면 배터리를 10~80% 재충전, 5분 만에 120km(WLTP 기준) 이상의 주행 거리를 확보할 수 있다.
SUV로서 충실하게 확보한 공간도 인상적이었다. 앞좌석 뒷좌석 모두 널찍한 공간으로 시원한 개방감이 느껴진다. 실내에는 실용적인 수납 공간도 풍부하다. 센터 콘솔에는 스마트폰 무선 충전 기능이 포함된 보관 트레이와 사용하지 않을 때에는 표면과 수평을 유지하는 컵홀더 2개가 포함돼 있다. 도어 디자인에는 1리터 병을 수납할 수 있는 저장 공간이 더해진다. 시승차였던 4인승의 경우 트렁크 용량이 611리터까지 확보되고, 5인승은 688리터까지 담을 수 있다. 적지만 프렁크(46리터)도 상황에 따라 쏠쏠하게 사용 가능하다.
첨단 운전 보조 장치도 매우 유용했다. 이를 위해 팝업식 LIDAR 4개, 레이더 6개, 800만 화소 HD 카메라 7개, 초음파 센서 12개를 포함해 총 34개의 최첨단 센서를 사용한다. 이 모든 것이 엘레트라 주변에 대한 완벽한 360° 시야를 제공한다.
이러한 풍부한 데이터의 실시간 처리를 관리하기 위해 2개의 엔비디아 오린-X 칩을 탑재했다. 이 칩은 500 TOPS(초당 500조 연산이라는 경이로운 연산 능력)의 컴퓨팅 성능을 제공하고 강화된 기능적인 안전성을 위한 오류 방지 시스템 아키텍처를 제공한다. 이러한 수준의 기술은 무선 소프트웨어 및 기능 업데이트와 함께 엘레트라가 최신 ADAS 기능을 제공할 뿐만 아니라 시장 규정이 허용하는 대로 레벨 4 자율 주행 기능도 제공할 수 있도록 보장한다.
엘레트라 운전자는 장거리 고속도로 운전을 더욱 편안하게 하도록 설계된 고속도로 주행 보조의 혜택을 누릴 수 있다. 30~150km/h 속도 범위에서 사용할 수 있는 이 기능은 어댑티브 크루즈 컨트롤 시스템의 속도 및 앞차와의 거리 유지를 기반으로 하며 코너길에서도 엘레트라가 차로 중앙에 자동으로 유지하도록 도왔다.
지속 가능성은 엘레트라 실내 디자인의 핵심 주제기도 하다. 로터스 ‘리-파이버’는 패션 산업에서 발생하는 폐원단을 원료로 제작한 프리미엄 소재로, 면의 부드러움, 실크의 광택, 마의 부드러움을 모두 갖고 있어 지속 가능한 럭셔리에 대한 새로운 비전을 제시한다. 리-파이버 소재는 편안함을 향상시키며 순면보다 통기성도 더 좋다. 또한, 가죽에 비해 가벼우며 원자재 소비도 줄이고 이산화탄소 발생량도 적다. 카펫은 100% 재활용이 가능한 소재인 에코닐로 만들어진다.
엘레트라는 기본형과 S와 고성능 R 등 3종으로 판매된다. 국내 가격은 엘레트라 1억4900만 원부터 시작한다. 엘레트라 S 1억7900만 원, 엘레트라 R 2억900만 원이다. 이는 영국 현지 가격과 동일하다. 아태 지역 내 가장 낮은 수준이다. 주요 시장으로 꼽히는 호주보다 수천만 원 저렴하다는 것이 회사 측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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