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선호하는 물가지수가 시장 예상보다 높아진데다 전월보다도 오름세로 전환됐다. 미 인플레이션이 연준 목표인 2%를 크게 상회하는 4~5%에 갇힌채 내려오질 못하고 있는 것이다. 이에 6월 동결을 내다봤던 시장도 ‘금리 인상’으로 무게 중심을 이동하기 시작했다.
26일(현지시간) 미국 상무부는 4월 근원 개인소비지출(PCE) 물가지수가 전월보다 0.4% 올랐다고 밝혔다. 이는 미 월가 예상치(0.3%)를 우회한 수치다. 근원 물가는 변동성이 큰 에너지와 식료품을 제외한 물가 추이를 말한다.
전년 대비 근원 PCE 물가지수도 4.7%로 전달의 4.6%에 비해 다시 올랐다. 근원 PCE 물가지수는 연준이 인플레이션 정책목표 기준으로 삼는 지표다. 연준의 목표치인 2%를 크게 웃돌고 있는 것이다. 에너지와 식료품 가격을 포함한 4월 헤드라인 PCE 가격지수도 전월에 비해 0.4% 오르고, 전년 대비 4.4% 상승했다. 미 인플레이션이 4~5% 사이에서 내려오질 못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오는 대목이다.
경기침체 우려 속에도 미국 개인소비지출이 강한 모습을 보이는 점도 연준의 추가 긴축 위험을 높이고 있다. 4월 개인 소비지출은 전달에 비해 0.8% 증가했는데 이는 시장의 예상치인 0.4%를 크게 상회한 수치다.
이날 PCE 물가지수 발표가 나온 직후 투자자들의 금리 선물 거래를 통해 연준의 정책 경로를 가늠하는 ‘페드워치’에서 6월 연준이 금리를 인상할 확률이 50% 이상으로 높아졌다. 시장이 PCE 지표 해석을 지속할수록 ‘매파적 신호’로 보고 미 동부시간 오후 2시 30분 현재 6월 인상 가능성이 62.5%까지 올랐다. 이달 3일 연준의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직후에는 동결 가능성이 90%가 넘은 이후 고물가 지속 조짐에 확률이 점차 내려오고 있었지만 그래도 시장은 동결에 무게를 둬왔다.
최근 은행 위기와 부채 한도 문제가 금융시장에 압박을 주고 있어 6월에 동결을 선택하더라도 7월 인상을 피하긴 어렵다는 것이 시장의 중론이다. 다이앤 스웡크 KPMG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블룸버그 인터뷰에서 “이것은 연준에게 잘못된 방향이다. 6월은 부채 한도 문제에서 벗어나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지만 ‘7월 인상’은 현재 진행 중”이라고 발했다.
앞서 공개된 FOMC의 5월 회의록에 따르면 참석자들은 6월 정책 결정을 두고 인상파와 동결파로 의견이 맞선 것으로 나타났다. 예상보다 느린 인플레이션 하락 및 과열된 노동시장, 최근 은행 혼란에 따른 신용 경색 가능성 사이에서 저울질하고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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