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30일 ‘보수의 책사’로 불리는 윤여준 전 환경부 장관과 만나 100분 간 점심 식사를 함께 했다. 11월 공직선거법 위반 및 위증교사 혐의 재판의 1심 선고를 앞둔 이 대표는 최근 보수 원로 인사들을 연이어 만나고, 경제계와도 접촉면을 넓히며 외연 확장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기존 지지층을 넘어 중도층에서 유리한 여론을 조성하기 위한 포석이란 분석이 나온다. 이날 오찬은 이 대표의 요청으로 마련된 것으로 전해졌다.
이 대표는 이 자리에서 “여러 가지 상황이 너무 안 좋아서 한 번 말씀을 듣고 싶었다”며 “경제 상황이 너무 안 좋아져서, 거기다가 국제 환경이 나빠지니 경제에 또 악영향을 미쳐 악순환이 벌어지고 있다”고 했다. 윤 전 장관은 “민생이 국정의 기본인데 그런 점에서 지금 정부가 그렇게 신뢰를 받고 있는 것 같지 않다. 이 대표님 역할이 굉장히 크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윤 전 장관은 현 정부에 대한 직접적인 비판도 이어갔다. 그는 “국정 최고 책임자가 저러면 무슨 정책을 펴도 효과가 안 난다. 윤석열 대통령은 뭐니뭐니해도 국민적 지지도 높이는 게 급선무일 것 같은데, 배포가 큰 양반이라 그런지 신경을 안 쓰는 것 같다”고 했다. 이에 이 대표는 “정치인들은 싸우다가도 다시 화해하고 만나야 한다. 지금은 제가 보기엔 정치인들이 진짜 서로 미워한다. 감정적 적대감이 있다”고 했다.
비공개 오찬이 끝난 뒤 이 대표는 기자들과 만나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를 향해 “경제 상황이 너무 어렵다. 또 국민들이 이렇게 서로 적대적으로 가는 상황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윤 전 장관께서 걱정을 많이 하셨는데 이럴 때일수록 만나야 한다. 눈에서 멀어지면 마음도 멀어진다”고 강조했다.
한편 윤 전 장관은 취재진에 “(이 대표가) 정치 현실에 대해 걱정을 많이 하셨다. 정치의 한 축을 맡고 계신 분이니 당연히 하시지 않겠느냐”면서도 “김건희라는 이름은 (오찬에서) 입에 올린 일이 없다”고 했다.
한편 이 대표는 윤 전 장관과의 오찬을 마친 뒤엔 소상공인 및 자영업자들과 함께 ‘골목경제 활성화를 위한 민생경제 간담회’를 가졌다. 이 대표는 “(민생경제) 대책을 내는 게 정부의 책무인데 아무 관심이 없는 것 같다”며 “민생회복지원금은 통계적으로도 매우 유용하다는 게 증명이 됐는데 왜 이렇게 싫어하는지 모르겠다”고 했다. 이 대표는 다음달 4일에는 ‘SK AI 서밋 2024’에 참석하고, 11일에는 한국경영자총협회를 찾아 정책 간담회를 진행할 예정이다.
당 안팎에선 이 같은 행보가 기존 강성 지지층을 넘어 중도층으로까지 지지 기반을 넓히기 위한 포석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민주당 핵심 관계자는 “이 대표의 이미지를 연성화시킬 필요가 있다는 판단”이라며 “이 대표와 민주당이 안정감과 균형감 있는 인물이자 정당으로 인식될 수 있도록 포지셔닝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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