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1일 쓰러져 삼성서울병원에 뇌사 상태로 입원해 있던 이근선 씨(38)의 딸(9)이 “엄마가 하늘나라로 가면 어떻게 하느냐”고 울먹이며 묻자 이 씨의 남편 김희수 씨(41)는 이렇게 말했다.
한국장기조직기증원은 지난달 5일 서울 강남구 삼성서울병원에서 이 씨가 심장, 폐장, 간장, 좌우 신장, 안구를 기증하고 세상을 떠났다고 1일 밝혔다.
이 씨는 지난달 1일 집에서 갑자기 쓰러졌는데 두 자녀가 발견해 즉시 응급실로 이송했다. 하지만 끝내 의식을 회복하지 못하고 뇌사 상태에 빠졌다. 이 씨는 2006년 가족과 함께 “뇌사 상태가 되거나 사망할 경우 장기·조직을 기증하겠다”고 결심하고 기증원에 등록한 상태였다.
김 씨는 “아내가 기증희망등록을 한 것을 알고 있었고 누군가를 살리는 좋은 일을 하며 다른 이의 몸에서 생명을 이어갔으면 좋겠다는 바람에서 기증을 결심했다”고 밝혔다. 또 “아들(10)과 딸에게 엄마가 다른 누군가를 살리고 그 몸에 함께하고 있다고 말해주고 싶었다”고도 했다.
유족과 기증원에 따르면 이 씨는 경기 화성시에서 1남 1녀 중 장녀로 태어났다. 평소 웃음이 많고 밝은 성격으로 누구에게나 먼저 다가가는 편이었다고 한다. 클래식 음악을 작곡하는 걸 즐겼고 피아노 강사 일을 했으며, 시간이 날 때마다 미술관에 가거나 공연을 관람하곤 했다. 또 이 씨는 2014년 1월에 뇌하수체 종양 수술 제거를 받은 후 올 4월에 완치 판정을 받는데 반 년 만에 다시 쓰러진 것이어서 주변의 안타까움을 더했다.
김 씨는 아내에게 “함께 했던 모든 시간이 너무 행복했고 사랑한다. 다시 너를 만나러 갈 때까지 기다려주면 좋겠다. 아이들과 행복하게 잘 지내보겠다”는 마지막 인사를 전했다.
이삼열 한국장기조직기증원장은 “이 씨가 아이들에게 자랑스런 엄마이자 생명을 살린 영웅으로 기억될 수 있길 희망한다”며 고인과 유가족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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