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의 3일 비상계엄 선포 직후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가 현역 의원의 휴대전화를 빌리면서까지 의원들에게 본회의장 집결을 요청한 것으로 뒤늦게 알려졌다. 한 대표는 비상계엄 해제 요구안 표결 당시 국회 본관에 있던 추경호 원내대표에게 “본회의장으로 빨리 오라”고 목소리를 높이는 등 당 지도부 간 충돌도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5일 국민의힘 관계자에 따르면 한 대표는 윤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 직후 일부 의원들과 국회 본회의장으로 이동하면서 추 원내대표와 배준영 원내수석부대표 등에 “계엄 해제를 위해 본회의장으로 와달라”고 전했다. 그러는 동안 추 원내대표는 오후 11시 13분 ‘중앙당사 3층’, 11시 37분 ‘국회 예결위 휘의장’, 4일 0시 6분 ‘중앙당사 3층’으로 비상의총 장소를 여러 차례 바꾸는 문자를 의원들에게 보냈다. 그러면서 여당 의원들이 모인 텔레그램 대화방에는 “의총 장소가 어디냐”는 문의가 쏟아졌다.
원외인 한 대표는 한 영남권 의원에게 휴대전화를 빌려 “당 대표 한동훈입니다. 의원님들은 본회의장으로 오십시오. 이것은 당 대표 지시입니다”라는 글을 직접 작성해 의원 단체 대화방에 올리는 등 본회의장 표결 참석을 촉구했다. 하지만, 추 원내대표와의 지시와 엇갈리면서 0시 49분 국회 본회의가 개의됐을 당시 여당 의원 50여 명은 당사에 머물러 있었다. 당시 본회의장에선 우원식 국회의장이 본회의 개의를 두고 추 원내대표와 협의 중에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이 과정에서 한 대표와 추 원내대표가 고성도 주고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추 원내대표가 본관에 있는 것을 알고 빨리 투표를 하러 오시라고 한 대표가 소리까지 질렀지만 추 원내대표는 표결에 참석하지 않았다”고 전했다.
5일 오후에도 한 대표와 추 원내대표 간 물밑 충돌이 있던 것으로 알려졌다. 추 원내대표 등 친윤계 의원들은 이날 더불어민주당의 폭거를 규탄하는 공개의총을 계획했다. 하지만 한 대표가 이를 만류하면서 비공개로 선회했다. 국민의힘 지도부 관계자는 “지금 상황에서 민주당 잘못한 부분을 부각만 하다가는 대통령 비상계엄에 대해 방어하는 것처럼 보일 수 있다”며 “한 대표가 그런 부분에 대해 강하게 반대한 것”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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