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이父 “선생님은 너를 지켜주는 슈퍼맨이라 말해왔는데…”

  • 동아일보
  • 입력 2025년 2월 11일 20시 55분


대전 초등생 빈소서 유족들 오열
“할머니가 시청각실서 가해교사 마주쳤을 때
여기 없다며 발뺌…이후 문 잠그고 자해한 듯”

11일 교사가 휘두른 흉기에 찔려 숨진 김하늘 양의 빈소가 대전 서구 건양대병원 장례식장에 차려진 가운데 빈소에 영정사진이 놓여 있다.2025.2.11/뉴스1
“항상 아이한테 얘기했습니다. 다른 사람이 부르면 조심해야 한다. 하지만 선생님은 너희를 지켜주는 ‘슈퍼맨’이다. 그런데 학교 선생님이….”

11일 대전 건양대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된 김하늘 양(8)의 빈소에서 만난 하늘 양의 아버지 김민규 씨(38)는 끝내 울분을 토했다. 전날 하늘 양은 다니던 초등학교에서 같은 학교 교사가 휘두른 흉기에 찔려 숨졌다. 김 씨는 “외부인도 아니고 교사가 제 딸을 죽였다”며 “하늘이는 여러군 데에 칼을 찔렸고, 저항을 한 것 같은 칼자국들도 손에 많았다”고 말했다.

김 씨는 가해 교사 명모 씨(48·여)가 계획적으로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김 씨에 따르면 김 양의 할머니가 먼저 학교에 도착해 시청각실에서 명 씨를 만났을 때 명 씨는 “애기(하늘 양)는 여기 없다”고 말했다고 한다. 김 씨는 “당시엔 (명 씨에게)》 자해 흔적이 없었다고 한다”며 “이후 시청각실 문을 잠가서 강제 개방했을 때 피투성이였던 걸로 보아 (명 씨가) 들켜서 자해를 한 것 같다”고 말했다.

지난 10일 대전 서구 한 초등학교에서 1학년 김하늘 양이 교사에 의해 흉기에 찔려 사망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11일 빈소가 마련된 건양대병원 장례식장에 김 양의 친구들이 조문하고 있다. 2025.2.11/뉴스1 ⓒ News1 김기태 기자
김 씨는 해맑게 웃고 있는 딸의 영정 사진을 보며 “딸이 이제 학교도 안 가고 학원도 안 가고 계속 방학”이라며 눈물을 삼켰다. 김 씨는 “평소 제가 아침 7시에 출근하니까 하늘이는 아침 6시 40분에 일어나서 저를 배웅했었다”면서 “평소처럼 손을 흔들며 배웅하던 게 마지막 모습이 됐다”며 말을 잇지 못했다. 이어 “하늘이는 2월 10일 죽었고, 하늘이 동생은 2월 9일이 생일이다”라며 “앞으로 동생 생일 파티는 어떻게 하느냐”고 말했다.

하늘 양은 커서 가수가 되는 것이 꿈이었다고 한다. 김 씨는 “하늘이의 꿈은 아이돌 그룹 아이브의 장원영이었다”며 “생일 선물로 포토카드를 사달라고 하고 모든 물품도 다 장원영이었다”고 했다. 하늘 양의 친할아버지 김형용 씨(64)는 “하늘이는 순해서 늘 동생한테도 져주는 아이였다”며 “춤도 참 잘 춰서 할머니, 할아버지 앞에서 재롱도 많이 피우고 커서는 아이돌 가수가 되고 싶어 했다”고 말했다. 이날 오후 아직 하늘 양의 소식을 모르는 동생(6)이 빈소에 도착하자 적막이 흘렀다. 김 씨는 “언니 이제 못 봐. 언니 없어 이제”라고 말하며 고개 숙였다. 김 씨는 “제2의 하늘이가 나오지 않도록 정부는 ‘하늘이 법’을 만들어”달라고 호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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