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이 기적[정덕현의 그 영화 이 대사]〈42〉
“우리가 만난 건 기적이야.”―서유민 ‘말할 수 없는 비밀’“내가 비밀 얘기 하나 해줄까? 우리가 만난 건 기적이야.” 서유민 감독의 영화 ‘말할 수 없는 비밀’에서 정아(원진아)는 유준(도경수)의 귀에 그렇게 속삭인다. 그건 이제 사랑에 빠진 연인들이 나누는 평범한 농담처럼 들린다. 실제로 ‘기적’이라는 말은 관용어처럼 쓰일 정도로 일상이 됐다. ‘상식을 벗어난 기이하고 놀라운 일’이라는 뜻이지만 우리는 조금만 예상 밖의 일에도 이 단어를 쓰지 않던가. 그만큼 실제 기적 같은 일은 좀체 벌어지지 않는 세상이다. 하지만 그저 농담처럼 쓱 지나가버린 이 대사 속 ‘기적’이라는 말은 영화를 다 보고 나오는 관객들에게는 묵직한 여운으로 다가온다. 그건 진짜 기적이기 때문이다. 도저히 만날 수 없는 두 사람이 서로에 대한 사랑으로 그 장벽을 뛰어넘어 결국은 만나게 되는 ‘기적’을 말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정아가 차마 ‘말할 수 없었던’ 비밀이 뒤늦게 기적 같은 일이었다는 걸 알게 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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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