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고고 고뱅이꽃’ 이야기[고수리의 관계의 재발견]

병원에선 좀처럼 웃을 일이 없다. 기다리는 시간은 길고 말 붙일 사람은 없다. 아프고 외롭고 낯설어서 다들 입을 다물고선 말을 삼킨다. 큰 병원에는 노인들이 많다. 고부라진 등을 보고 있노라면 우리 엄마 같아서 가슴에 소슬한 바람이 인다. 대기석에 앉아 있던 할머니가 중얼거렸다. “추워라. 병원은 너무 추워. 뼛속까지 안 시린 데가 없네.” 그 말을 맞은편 할머니가 냉큼 주웠다. “춥지요. 늙으니까 온 데가 다 추워. 아고고 저 봐라. 꽃 피었네.” 볕 바른 창가에 라일락이 흐드러지게 피어 있었다. 아고고 아고고. 탄식인지 감탄인지 모를 소리가 여기저기서 터져 나왔다. “아고고 예뻐야.” 엄마도 나를 보며 웃었다. 더 활짝 웃게 해 줘야지. 이때다 싶어서 아고고 고뱅이꽃 이야기를 꺼냈다. 어릴 적 나는 ‘아고고 고뱅이’가 무슨 꽃 이름인가 했다. 산동네 꼭대기에 있는 할머니집까지 가려면 오르막길을 한참 올라야 했다. 꽃 피어 울긋불긋한 언덕을 오르면서 할머니는 “아고고 고뱅이야. 아 자세히 보기
동아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