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만드는 마음[내가 만난 명문장/함지은]

“수단은 결과와 마찬가지로 진리의 일부이다. 진리의 추구는 그 자체로 진실해야 한다. 진실한 추구란 각 단계가 결과로 수렴된 수단의 진실성을 의미한다.”―조르주 페렉 ‘사물들’ 중 ‘사물들’에 인용된 카를 마르크스의 문장을 읽었을 때, 디자인이라는 일에 관한 생각이 조용히 정리되는 듯했다. 활자의 형태, 여백의 밀도, 색채의 농도, 종이의 질감… 디자이너가 하는 모든 선택이 결과로 향하는 ‘수단’이라면, 그리고 그것이 진실하지 않다면 결과 역시 온전히 설득력을 갖기 어려울 것이다. 북디자인은 책의 ‘첫 언어’다. 독자는 표지를 통해 책에 담긴 이야기의 결을 가늠한다. 디자이너는 글과 독자 사이를 잇는 다리의 역할을 하며 언어를 충실히 시각화하는 책임을 갖는다. 어떤 글에는 고요한 간격이 어울리고, 어떤 글에는 강렬한 색의 대비가 필요하다. 그 판단은 텍스트와의 긴 대화 속에서 나온다고 믿는다. 디자인은 아름다운 결과물을 만드는 것을 최고의 목표로 두지만 그것이 단순한 장식에 그쳐서 자세히 보기
동아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