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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격받은 이승엽

Posted June. 22, 2004 21: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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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엽(28지바 롯데 마린스)의 휴대전화는 요즘 오프(off) 상태다.

이승엽과 둘도 없이 친한 두산 투수 박명환은 연락이 거의 안 된다. 어쩌다 한번 전화가 걸려올 때만 겨우 안부를 전한다고 말했다.

이승엽의 아버지 이춘광씨는 아들과 통화한 지 한 달이 넘었다. 지난달 17일이 마지막이었다. 승엽이도 전화 안하고 나도 부담 줄까봐 일부러 전화 안한다고 밝혔다.

최근 일본 내 대리인이었던 김기주씨와의 관계도 끊었다. 김씨가 현지 방송 일 때문에 자신을 잘 돌봐주지 못하는 데다 일본 진출시 일처리 과정이 매끄럽지 않아 결별했다.

현재 이승엽의 주위에 있는 사람은 아내인 이송정씨, 항시 붙어 다니는 통역 이동훈씨 정도. 다른 사람과는 연락을 끊었다. 야구하는 데 방해가 된다는 이유 때문이다.

아버지 이씨는 승엽이가 잘 하라 힘내라는 격려 전화조차 부담스러워 한다는 얘길 들었다. 요즘은 그냥 놔두는 게 가장 편하게 해주는 방법이라고 했다.

사람들은 이승엽을 예의바르고 주위사람들에게 싫은 소리 못하는 모범생이라고 하나 야구에 대한 자존심만은 어느 선수 못지않게 강하다. 내성적이지만 한번 독기를 품으면 끝장을 내는 성격이다.

그런데 2군에 다녀오고 상대 선발이 왼손이면 주전 라인업에서 빠지는데다 네가 원하면 한국에 돌아가도 좋다는 감독의 충격적인 멘트까지 일본 언론에 소개됐다. 추락하는 성적 때문에 올스타에서도 탈락이 확실시되는 상황이고.

이승엽에겐 더 이상의 수모가 없다. 절치부심. 이를 갈고 있는 그가 홀로 서기를 통해 진정한 파이터로 거듭날 수 있을까.



김상수 sso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