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축구의 월드컵 4강 신화에 치명적인 흠집을 내는 자료가 나왔다.
국제축구연맹(FIFA)은 최근 발매한 피파 피버(FIFA Fever사진)라는 DVD 2장짜리 영상물에서 100년 역사의 월드컵을 통틀어 10대 오심 논란을 선정했는데 이 중 절반에 가까운 4건이 2002한일월드컵의 한국 경기와 관련된 것이다.
FIFA가 창립 100주년을 기념해 특별한정판으로 제작한 피파 피버 DVD는 더 피파 100(The FIFA 100)이라는 월드컵 화보집과 함께 FIFA가 영구 보존하는 자료로 이달부터 내년 5월까지 스위스 로잔에 있는 올림픽박물관에서도 전시 및 상영될 예정이다.
이에 따르면 한국 경기와 관련한 것은 6위부터 9위까지. 한일월드컵 이탈리아와의 16강전 연장전에서 이탈리아의 톰마시가 골든골을 넣었으나 오프사이드 판정으로 무효가 된 것이 6위, 같은 경기에서 토티가 문전 드리블 중 수비수에 걸려 넘어졌으나 페널티킥이 아닌 시뮬레이션 판정을 받아 퇴장당한 것이 7위로 꼽혔다.
8위는 스페인과의 8강전 때 스페인의 모리엔테스가 센터링을 받아 헤딩골을 성공시켰으나 공격자 파울이 선언돼 무효골 판정이 난 것. 같은 경기에서 모리엔테스가 조아킨 산체스의 크로스 패스를 머리로 받아 넣었으나 패스를 할 당시 이미 공이 엔드라인을 벗어났다는 이유로 무효골이 된 것이 9위다. 이 4건의 상황을 두고 당시 영국 BBC방송과 미국 스포츠 채널 ESPN 등은 오심이 아니다라고 보도한 반면 워싱턴 포스트와 러시아 인터넷 신문 가제타 등은 명백한 오심이라고 보도해 해외 언론의 반응이 극명하게 엇갈렸다.
문제는 FIFA가 이를 공식적으로 자료화했다는 점. 특히 한국 관련이 4건이나 되는 데다 모두 4강 신화를 엮어내는 데 결정적인 길목이 된 이탈리아와 스페인전에 몰려 있어 조직적인 한국 봐주기였다는 인상을 심어주기에 충분하다. 한일월드컵 당시 제프 블래터 FIFA 회장은 심판들이 한국을 도왔다는 음모론은 거들떠볼 필요도 없는 주장이라고 일축했다.
김성규 kims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