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대통령이 어제 제86주년 31절 기념식에서 한일 과거사 문제를 강한 어조로 다시 거론했다. 지난해 7월 한일 정상회담 때 내 임기 동안 과거사 문제를 제기하지 않겠다며 일본에 면죄부를 주는 듯했던 것과는 크게 다르다. 비록 과거사 문제가 우리의 일방적인 노력만으로 해결될 수 있는 일은 아니다는 단서를 달았지만 노 대통령 스스로 이전의 발언이 신중치 못했음을 인정한 셈이다.
한일 과거사에 대한 일본의 태도는 유감스럽게도 지난해 노 대통령의 정상회담 발언 이후에도 달라진 게 없다. 일본 각료들의 과거사 망언은 계속됐다. 독도를 지칭한 일본 시마네 현의 다케시마의 날 제정과 주한 일본대사의 독도에 대한 명백한 영유권 주장은 수교 40주년을 맞아 양국이 정한 한일 우정의 해를 무색하게 한다. 노 대통령의 어제 발언은 국민감정을 고려한 불가피한 선택으로, 일본이 부채질한 것이나 다름없다.
일본은 여기에 답해야 한다. 그동안 일본이 보여 온 임기응변적 국면 회피나 미봉적 대처가 아닌, 직접적이고 구체적인 행동을 보여줘야 한다. 노 대통령은 일본의 배상 문제까지 공개적으로 거론했다. 한일관계에 매번 걸림돌이 되고 있는 과거사 문제의 매듭은 정확한 진상 규명과 함께 배상 조치가 따르지 않으면 근본적으로 풀리기 어렵다.
일본의 사과와 배상은 노 대통령의 지적대로 자발적인 것이 옳다. 일본 내부에서 우러나와 이루어지는 것이 두 나라의 미래지향적 관계 정립을 위해 바람직하다.
한일 과거사 문제는 그간의 경험에 비추어 볼 때 각종 돌출 변수로 가득 차 있다. 우리 정부가 먼저 임기 내에 과거사를 제기하지 않겠다고 못 박는 것은 스스로 족쇄를 채우는 안이한 자세임이 다시 한번 입증됐다. 정부는 한일 과거사 문제에 보다 치밀하고 전략적인 대응을 하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