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소설 다빈치 코드는 문화 아이콘이다. 국내 200만 부, 전 세계에서 2500만 부가 팔린 이 밀리언셀러는 여행 상품으로, 영화로, 게임으로 변주됐다. 성서와는 전혀 다른 충격적인 가설을 세운 탓에 해설서가 쏟아져 나왔고 종교계에서의 논란이 이어졌다.
내셔널지오그래픽채널이 24일 오후 79시 방영하는 다빈치 코드, 감춰진 진실은 소설 다빈치 코드의 영상 주석()이다. 그것도 저자 댄 브라운(41)이 직접 나서서 조목조목 입장을 밝히는 다큐멘터리다. 국내에 다빈치 코드 관련 다큐멘터리가 소개되긴 했지만 저자가 직접 출연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ABC방송 리포터 엘리자베스 바가스가 진행하는 이 프로그램은 설전의 형식을 취한다. 학자와 신부들이 다빈치 코드의 기독교 가설을 정면 반박하고, 댄 브라운은 가설의 근거 있음을 주장한다.
가령 예수가 결혼해 자녀를 낳았다는 가설을 두고 양쪽은 치열하게 토론한다. 댈러스 신학대 대럴 보크 교수는 성경에서 사도 바울의 편지를 보면 예수가 결혼하지 않았음을 추정할 수 있다고 밝힌다. 댄 브라운은 당시 젊은 유대인 남성이 결혼하지 않았다면 중죄인 만큼 기록에 남을 텐데 아무 것도 없다고 반박한다.
레오나르도 다빈치가 작품 최후의 만찬에서 예수와 함께 한 제자들 중 막달라 마리아를 그려 넣었다는 가설에 대해서도 열띤 토론이 벌어진다. 댄 브라운은 레오나르도 다빈치가 많은 작품에서 하고 싶은 얘기를 은밀한 방식으로 전했다는 것을 알 수 있다면서 교리와 어긋나는 정보는 그림 속에 숨겼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다빈치 연구가인 잭 와서맨은 막달라 마리아로 지목된 그림 속 인물이 틀림없이 제자 요한이라면서 젊고 수염이 없어 여성스럽게 그려진 것이라고 반박한다.
일련의 논쟁을 통해 자연스럽게 드러나는 것은 막달라 마리아가 창녀가 아니었을 가능성이 크다는 점이다. 다큐멘터리는 그녀가 창녀가 아니라 예수의 가까운 벗이었다는 추정에 무게를 두면서, 남성 위주의 성직자 구조로 인해 지위가 변질됐다고 암시한다. 학자와 신부들도 이에 대해 별다른 반론을 제기하지 않는다. 베일에 가린 역사의 한 대목이 다시 한번 짚어지는 순간이다.
김지영 kimj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