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만화의 거장 지바 데쓰야(66)를 아느냐고 물어 보면 많은 사람이 고개를 갸웃거린다. 하지만 허리케인 조란 말을 꺼내면 바로 아 그 복싱만화 하며 감탄사를 터뜨린다. 삐죽 솟은 머리카락, 멋진 휘파람을 불며 피식 웃는 반항아, 파이팅 넘치는 권투 실력까지, 야부키 조는 만화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한번쯤 봤을 캐릭터다.
이 만화는 애니메이션으로도 만들어져 1990년대 초 국내에서 도전자 허리케인이라는 제목으로 인기리에 방영됐다. 이 만화영화의 원제는 내일의 조(). 소년원 출신의 조가 사회의 냉대 속에서도 막강한 상대들과 맞서 복싱 챔피언을 향해 나아가는 과정을 담고 있다. 이 작품은 1960년대 일본 전공투() 세대들에게 가장 많은 영향을 끼친 만화로 당시의 시대정신을 대변한다는 평가까지 받았다.
원작자 지바 데쓰야 씨를 1일 제8회 부천국제만화축제에서 만났다.
이번에 한국에 6번째 왔어요. 이현세 김동화 등 우수한 한국의 작가들이 생각납니다. 특히 최근 읽은 순정이야기(강풀의 순정만화 일본판)가 인상적이었죠. 선이 없는 인터넷 만화라 그림책을 보는 듯했습니다. 감성보다 감각이 앞서는 일본만화에서는 없는 찰랑찰랑한 순수함을 남아 있다는 느낌도 받았고요.
한류()에 대해 묻자 그는 한국에 간다는 이야기를 했다니 여자친구들이 데려가 달라고 난리였다며 웃었다. 한류를 비하하는 내용을 담아 문제가 된 일본만화 혐()한류(7월 발매)에 대해 물었다.
그 만화를 잘 모르지만 한국 문화를 나쁘게 이야기하는 것은 안 됩니다, 일본은 다양한 문화가 공존하며 일본인의 피는 중국, 한반도, 아시아 국가가 각각 4분의 1이고 나머지 4분의 1만 일본 원주민입니다. 문화를 존중하고 교류해야 합니다. 그 책은 그런 걸 잘 모르는 사람이 쓴 것 같아요. 일본 작가를 대표해 사과합니다.
김윤종 zoz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