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평화통일가정연합(통일교) 신도 700여명이 그제 본사 충정로 사옥에 난입해 폭력을 휘두르고 기물을 손괴한 사태는 언론 자유와 국민의 알권리에 대한 중대한 위협이다. 본사가 발행하는 월간지 신동아 9월호의 대()해부 통일교 왕국 기사에 불만을 품은 통일교 신도들이 본사 사옥에서 8시간 반 동안 벌인 폭력과 제작 방해는 세계평화를 주창()하는 종교단체 사람들의 행위라고 보기 어렵다.
통일교 신도들은 신동아 기자들의 컴퓨터와 집기를 부수고 해당 기사를 쓴 조성식 기자의 취재서류를 무단으로 절취했다. 이들은 동아일보 윤전기에 모래를 뿌리겠다고 위협했고, 심지어 조 기자의 휴대전화에 죽이겠다는 협박성 문자 메시지를 200여 통이나 보냈다. 또 이 과정을 취재하던 본보 사진부 강병기 기자와 CBS 김재평 기자는 신도들에게 폭력과 위협을 당했다.
통일교 측은 신동아 보도가 일부 탈교자()들의 진술만을 바탕으로 통일교의 명예를 훼손했다고 주장했다. 그런 주장을 하려면 언론 중재 또는 소송 절차를 통해 이의를 제기하면 된다. 이런 절차를 제쳐두고 언론사에 몰려와 난동을 부린 것은 민주 시민으로서도 할 짓이 아니고, 종교인의 도리도 아니다. 더욱이 신동아는 황선조 세계평화통일가정연합회장 인터뷰를 8페이지에 걸쳐 소개해 반론권을 보장하지 않았는가.
국내외에서 언론기관을 여럿 경영하는 통일교가 언론 보도를 폭력적으로 억압하려는 처사는 도저히 납득할 수 없다. 더욱이 이들은 신동아 9월호 전량 회수와 담당기자와 편집장의 해고를 압박했다. 이런 부당한 요구는 그 종교단체가 산하 언론기관에 대해서도 할 수 없는 일이다.
통일교는 이번 신동아 난입 사태가 세계평화라는 교리()에 합당한 것인지, 일부 신도들의 탈선인지를 분명히 밝혀야 한다. 통일교는 국내외에 걸쳐 종교 기업 언론 대학 문화 스포츠 분야로 뻗어나가며 활발한 활동을 벌이고 있다. 통일교는 이번 사태가 종교 및 관련 사업에 대한 국민과 세계인의 인식에 어떻게 비칠지를 깊이 생각해 봐야 할 것이다.
집단 폭력을 휘두르고 신동아 제작을 방해한 신도들과 그러한 폭력을 사주()한 사람들에 대해 우리는 언론 수호 차원에서 엄중한 법적 책임을 물을 것이다. 우리는 어떤 외부세력의 위협에도 흔들림 없이 언론 보도의 사명을 다해 국민의 알 권리 충족을 위해 노력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