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대형 가전업체의 공장 책임자로 일했던 A 씨는 현재 중국 가전업체 B사 임원으로 일하고 있다. B사는 A 씨를 영입한 뒤 생산시스템은 물론 운영방식과 조직문화까지 그가 과거에 근무했던 한국 직장을 모방했다. A 씨는 기회가 되는 대로 한국에서 유능한 후배를 데려오라는 회사 측 요청을 받고 그동안 7명을 끌어들였다.
한중일 동북아시아 3개국 간에 인재 유치 대전()이 한창이다. 문화적으로 비슷해 서로의 인적 자원을 활용하기 쉬운 점을 감안한 인재 쟁탈전이다.
그러나 전쟁은 한국의 일방적인 패배로 흘러가고 있다. 중-일 두 나라가 적극적인 공세를 벌이는 반면 한국은 일자리 부족 때문에 해외로 빠져나가는 인력이 적지 않고 인재 유지를 위한 기업들의 체계적인 전략도 부족하기 때문이다.
현재 중국은 산업 발전에 도움을 줄 한국의 첨단기술 인력에, 일본은 노령화로 인한 일손 부족을 덜어 줄 실무 인력에 특히 눈독을 들이고 있다.
중국과 일본으로 떠나는 한국의 고급 인력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KISTEP)에 따르면 지난해 해외로 나간 고급 기술 인력은 9000여 명. 전문가들은 이들 중 30004000명이 중국으로 빠져나간 것으로 보고 있다.
중국취업 전문 사이트 차이나통()을 통해 중국 현지에 취업한 사람도 2001년 1094명에서 올해 2232명으로 크게 늘었다. 전체 취업자 세 명 중 한 명은 순수 중국 회사에 취업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일본은 자국의 정보기술(IT) 경쟁력 강화 및 노령화로 인한 인력 부족을 해결하기 위해 한국 인력을 끌어가고 있다. 일본 정부와 기업은 IT 강국으로의 재도약을 주 내용으로 하는 e저팬 2차 프로젝트와 관련해 한국과 중국 인력을 많이 활용하려고 한다. 현재 일본 헤드헌팅 업체들은 IT 한류()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한국 인력 유치에 적극적이다.
국가경쟁력에 심각한 타격 줄 수도
반면 한국의 성적표는 너무나 초라하다. 정보통신부 통계에 따르면 국내에서 활동 중인 외국인 IT 전문 인력은 1122명. 이 중 중국인은 87명, 일본인은 41명에 불과하다. 국내에 취업한 전체 고급 외국인 인력도 어학원 강사를 제외하면 2000여 명밖에 되지 않는다.
국내 인재들이 중국과 일본으로 몰려가는 이유는 이들 국가의 기업이 국내보다 나은 대우와 생활 여건을 제공하기 때문이다.
일본에서 일하는 프로그래머들은 한국에서의 낮은 처우를 생각하면 돌아가기가 싫다고 말한다. 국내 한 기업의 베이징() 주재원은 최근 한국 기업들이 비용 절감을 위해 주재원을 줄이면서 현지에 남으려고 사표를 던지는 사람도 늘고 있다고 전했다.
문권모 김재영 mikemoon@donga.com jayki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