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간 협의체(IPCC)의 2차 보고서 내용이 충격적이다. 온난화가 지금과 같은 속도로 계속될 경우 2050년이면 지구의 평균기온이 1.52.5도 상승하고 동식물의 2030%가 멸종할 것이라고 한다. 기온이 3.5도 이상 올라가면 전 세계 주요 생물 대부분이 멸종위기에 처하고, 먹이사슬의 정상에 있는 인간도 위험해진다. 보고서는 기온이 1.5도만 상승해도 최대 17억 명이 물 부족으로, 3000만 명이 기근에 직면할 것으로 내다봤다. 물 부족은 필연적으로 국가간, 지역간 분쟁을 야기하고 국제적 긴장을 고조시킨다.
한반도도 예외는 아니다. 기상청 국립기상연구소는 2080년쯤이면 한반도의 평균기온이 5도 이상 상승할 것으로 예측했다. 기온이 6도 상승할 경우 모든 산림생물이 고사하거나 고립돼 멸종위기에 몰린다. 식물이 기후대의 급격한 이동을 쫓아가지 못하기 때문이다. 현재 서울과 제주의 평균 기온차가 3.3도임을 감안할 때 5도 상승이 가져올 생태계의 변화가 얼마나 클지 짐작할 수 있다.
2차보고서는 어제 브뤼셀에서 발표될 예정이었으나 온실가스 배출량 세계 1,2위인 미국과 중국, 그리고 석유생산량 1위인 사우디아라비아의 반발로 막판에 연기됐다. 기후변화를 막기 위한 전() 지구적 공조시스템의 구축과 가동이 쉽지 않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선진국과 개발도상국은 여전히 온실가스 배출을 놓고 책임 전가와 상호 비난에 열을 올리고 있다. 하지만 IPCC 보고서는 인류가 지구라는 한 배를 탄 공동운명체임을 다시 한번 상기시키고 있다. 기후변화의 피해는 정도의 차이는 있을망정 선진국과 개도국을 가리지 않는다. 지금 필요한 것은 자국() 이기주의가 아니라 인류공동체 일원으로서의 자각과 양식이다. 온실가스 대량 배출국들은 책임을 더는 회피하지 말고 인류가 직면한 위기의 실체를 직시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