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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기내내 끝없는 막말로 기자들 가슴에 대못질

임기내내 끝없는 막말로 기자들 가슴에 대못질

Posted October. 13, 2007 07: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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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 대통령은 언론에 대해 수많은 막말을 쏟아냈다. 언론에 대한 견제와 비판이라기보다는 빈정거림과 적개심까지 묻어 있는 노 대통령의 막말은 많은 기자의 가슴에 대못질을 했다. 노 대통령의 이러한 언론관은 참모들에게도 이어졌고 참모들은 대통령의 뜻에 따라 언론 대못질을 강행했다.

대못으로 대못질해 버리고

현 정부의 기사송고실 및 브리핑룸 통폐합 결정은 노 대통령의 언론에 대한 적대감의 완결판이다. 노 대통령은 취임 초부터 언론은 검증이나 감시를 받지 않는 위험한 권력이라며 언론과 대립각을 세웠다. 참모들은 노 대통령의 이 같은 의중에 따라 언론정책을 실행해왔다.

노 대통령은 2001년 해양수산부 장관 시절 언론과의 전쟁을 불사할 수 있는 기개 있는 정치인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해 6월 청와대에서 열린 민주당 고문단 모임에서는 언론개혁은 제2의 6월항쟁이라고 주장하며 대언론 투쟁을 강조했다.

이때만 해도 노 대통령의 발언은 말이 거친 한 정치인의 사견 정도로 치부됐다. 하지만 2002년 대선이 끝난 후 상황은 크게 달라졌다. 노 대통령의 발언 하나하나가 그대로 언론정책으로 구체화했기 때문이다.

노 대통령은 1월 정부과천청사에서 경제점검회의 후 열린 오찬 간담회에서 우리 사회에서 가장 부실한 상품이 돌아다니는 영역은 미디어 세계라고 말했다. 노 대통령은 정말 사실과 다른 엄청나게 많은 사실이 마치 사실인 것처럼 기사로 마구 쏟아지고, 누구의 말을 빌렸는지 출처도 불명한 의견이 마구 나와서 흉기처럼 사람을 상해하고 다니고 있다고 주장했다.

노 대통령은 며칠 후 국무회의에서 몇몇 기자가 기자실에 딱 죽치고 앉아 담합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후 대통령홍보수석실과 국정홍보처는 기사송고실 통폐합 방안을 집중 검토하기 시작했고 3월 22일 이른바 취재지원시스템 선진화 방안이라는 언론통제조치를 내놨다.

언론 탓하는 대통령

노 대통령은 최근 한 인터넷매체와의 인터뷰에서 김영삼, 김대중 대통령은 막판에 언론에 타살당했다. 나는 송장이 안 되고 떳떳이 걸어 나가겠다는 말로 언론에 대한 적대감을 드러냈다.

그러나 김영삼, 김대중 전 대통령은 임기 말 아들 등 측근 비리로 인해 스스로 몰락했다고 보는 것이 일반적인 시각이다. 그렇지만 노 대통령은 언론 탓을 했다.

언론을 불량상품으로 규정한 것에서 알 수 있듯 노 대통령은 연초부터 임기 말 최대 정적으로 언론을 지목하고 폭언을 퍼부었다.

노 대통령은 1월 3일 청와대에서 열린 신년인사회에서 언론에 대해 다 감시를 받고 있다. 감시받지 않은 생산자, 감시받지 않는 권력자, 이것이 가장 위험한 것이라며 감시받지 않는 유일한 권력이 오늘 한국의 언론권력 아니냐고 말했다.

노 대통령은 1월 16일 국무회의에서 가장 중요한 것 중 하나가 특권과 유착, 반칙과 뒷거래 구조를 청산하는 것인데 여기에 가장 완강하게 저항하고 있는 집단이 바로 언론집단이라며 언론 분야 하나만은 제대로 정리가 안 될 것 같다고 말했다.

1월 23일 신년 연설에서도 노 대통령은 현 정부의 정책 혼선을 언론의 흔들기 때문이라는 식으로 책임을 돌렸다. 그는 2004년에 심리적 위기를 차단하고자 경제 위기가 아니라고 했다가 언론의 뭇매를 맞아 떡이 됐다고도 했다.

참모들의 빗나간 충성

그 대통령에 그 참모일까. 노 대통령의 왜곡된 언론관을 이어받은 참모들은 충성심 경쟁을 하듯 앞 다퉈 언론 탓을 했다. 그러나 참모들의 이러한 태도는 논란만 확대 재생산하면서 국민의 정부 불신에 기름을 붓고 불을 지르는 꼴이 됐다.

참모들은 문제가 불거질 때마다 잘못을 반성하고 개선하기는커녕 사실에 근거해서 책임 있게 보도하라고 엉뚱하게 언론에 화살을 돌렸다. 이 때문에 여당에서조차 (청와대 참모들이) 자꾸 쓸데없는 말을 해 스스로 불신을 자초하고 있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끊이지 않았다.

노 대통령이 동업자로 부를 만큼 최측근으로 꼽히는 안희정 씨는 5월 인터넷매체와의 인터뷰에서 수구 보수언론이 참여정부의 역사를 거의 말아먹을 지경에 와 있다며 이 역사를 지키겠다고 의용군처럼 나선 지지자들을 비판해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조기숙 전 대통령홍보수석비서관도 최근 출간한 마법에 걸린 나라라는 책에서 특정 언론을 비판했다. 조 전 수석은 동아일보와 조선일보가 조간에 프레임을 만들면 그걸 받아 석간인 문화일보가 확대 재생산하는 순환 홍보를 일컫는 조동문 프레임이 더 정확한 용어일 것이라고 말했다.

양정철 대통령홍보기획비서관은 조선 동아는 저주의 굿판을 당장 걷어치워라라는 비판으로 법정 공방까지 간 전력이 있다.

양 비서관은 8월 정부의 취재 통제안에 맞서기 위해 전국 편집보도국장들이 언론자유 수호 결의를 했을 때도 비난의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과거 권력이 언론사 강탈을 위해 간첩죄까지 뒤집어씌우는 일도 있었고, 기사가 마음에 안 든다고 끌려가 고문당하고 폭행당한 기자는 또 얼마나 많았는가. 그때 그 시절, 어디에 계셨습니까. 그 수많은 사건 때 한 번도 안 모이고, 48년 만에 이런 일로 모인 것이 그렇게 대단하다면 실망이라며 비아냥거렸다.

양 비서관은 정부의 취재 통제안의 실무 기획자 중 한 사람이다.

홍위병을 자임하는 청와대 참모들이 이처럼 자극적인 용어를 동원해 자신과 생각이 다른 언론과의 전쟁에까지 나서면서 노 대통령의 외곬수적인 태도가 더욱 굳어졌다는 지적도 있다.



길진균 leo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