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11테러 이후 6년간 테러와의 전쟁을 벌인 미국엔 영광은 없고 상처만 남았다. 이라크 전쟁과 독단적인 대외정책으로 국가 이미지와 영향력은 사상 최악으로 떨어졌다.
미국의 지도자급 전문가 20명으로 구성된 스마트 파워 위원회는 1년여의 연구와 토론을 거쳐 이에 대한 해답을 담은 새로운 국가전략 보고서를 발표했다. 이 보고서 작성엔 싱크탱크인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가 주도적으로 관여했다.
보고서의 핵심은 미국이 실추된 평판과 위상, 영향력을 회복하기 위해서는 군사력과 경제력 등 하드 파워보다는 문화와 가치, 정책 등 소프트 파워를 강화하는 방향으로 전략을 수정해야 한다는 것이다.
왜 스마트 파워인가
테러와의 전쟁이 시작되면서 미국은 줄곧 의지의 동맹을 강조했다. 기존 국제기구나 동맹체제보다는 미국이 원하는 전쟁에 참여할 의지가 있느냐, 없느냐 양자택일을 강요했다.
하지만 국제 환경은 이런 식의 접근이 별 도움이 안 되는 급속한 변화를 겪었다. 인터넷 등 통신기술의 발달로 상대국 사정을 실시간으로 알게 되면서 전쟁 발발의 두려움도 상당히 사라졌다.
게다가 전쟁 승리의 의미도 바뀌었다. 과거엔 군사력으로 점령하면 전쟁이 끝났다. 그러나 이라크에서 볼 수 있듯이 단지 군사적 승리만으로는 문제를 해결하기 어려운 상황이 됐다. 국경을 초월한 조직들이 지속적으로 관여하기 때문이다.
결국 테러와의 전쟁에만 집착해 강압적인 힘을 드러내기 보다는 동맹과 외교를 강화하고 새로운 전략적 환경 변화에 눈을 떠야 한다는 게 이 보고서의 주문이다.
나아가 국경을 초월한 얼굴 없는 위협(faceless threats)인 에너지 확보, 국제금융의 불안정, 기후변화, 전염병 등의 문제도 하드 파워로는 해결하기 어려운 문제들이다. 그러나 미국은 교토 의정서, 국제형사재판소(ICC) 등 국제사회가 합의한 문제를 외면해 왔다.
스마트 파워 실행 방안은
보고서는 미국의 지도력 회복을 위해서는 동맹과 파트너십 강화 저개발국가 지원 확대 국가간 인적교류 확대 자유무역 확대를 통한 경제적 통합 에너지안보, 기후변화와 관련한 기술혁신 등 5개 분야에 주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보고서에는 국제 정치경제의 무게중심이 아시아로 향하고 있음을 주목해야 한다는 주문도 포함됐다. 아시아에 도움이 되는 공공재(public goods) 제공 역할에 충실함으로써 단지 테러가 아닌 광범위한 분야에서 국제사회의 협력을 이끌어내야 한다는 주문이다.
보고서는 이를 위한 첫 출발은 미 행정부에 대한 신뢰회복이라며 하드 파워와 소프트 파워를 조화시킬 수 있는 구체적 스마트 파워 실행 방안도 제시했다. 백악관 안보보좌관과 예산실장을 함께 보좌할 부()실장 신설 행정부 내 조정역할을 맡을 행정장관(executive secretary) 신설 저개발국 지원 전담 장관급 신설 4년 단위의 스마트파워 보고서 작성 민간기구 육성 지원 등이 그것이다.
김영식 spear@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