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격 경쟁력 따라 희비 엇갈려
GS건설이 서울 중랑구 묵동에서 411채를 3.3m2(1평)당 평균 1650만 원에 분양한 주상복합아파트 묵동 자이에는 3순위까지 총 94명이 청약해 0.23 대 1의 평균 청약경쟁률을 나타냈다.
분양 물량 411채 가운데 317채(77.1%)가 미분양으로 남은 것으로, 국내 아파트 브랜드 가운데 선두권을 다투는 자이의 성공 이미지에 적지 않은 상처를 남겼다.
특히 묵동 자이의 분양 저조는 신규 아파트 수요가 가장 많다는 서울에서 대규모 미분양을 초래했다는 점에서 주택업계에도 파문이 일고 있다.
대림산업이 경남 양산시 물금읍에서 1882채를 분양한 양산 3, 4차 e-편한세상에는 3순위까지 총 66명이 청약해 1816채가 미분양으로 남았다.
침체된 지방의 주택시장 사정을 고려해도 브랜드 파워가 강한 대형 건설사가 96.5%의 미분양률을 기록했다는 것은 충격적이라는 반응이 많다. 특히 이 아파트는 2순위까지 청약자가 단 1명에 불과했다.
반면 최근 경기 용인시 흥덕지구에서 싸게 공급된 아파트들은 불티나게 팔려 고급 브랜드의 미분양 사태와 대조를 이뤘다. 흥덕지구에서 주변 시세보다 30%가량 싼 평균 1060만 원에 분양된 호반 베르디움은 229채 공급에 6837명이 청약해 평균 29.86 대 1의 경쟁률로 1순위에서 마감됐다.
현도컨설팅 임달호 사장은 아파트 값이 정체되자 수요자들이 가격경쟁력이 있는 단지를 선별해 청약하고 있다며 좋은 브랜드의 아파트를 무조건 선호하는 인식도 조금씩 깨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대형 건설사 내년 사업계획 못 세워
미분양 아파트가 속출하면서 대형 건설사들도 내년 사업계획을 짜지 못해 고민하고 있다. 토목이나 건축 부문은 상대적으로 예측이 가능하지만 주택 부문은 시계() 제로(0)라는 것이다.
특히 최근 몇 년간 대형 건설사들도 주택 비중을 매출의 30% 이상으로 높여 놓은 만큼 주택 부문이 정해지지 않으면 전체 사업계획을 세우기가 여의치 않다.
대우건설 측은 내년 시장이 너무 불투명하기 때문에 수주 계획을 잡기가 어렵다며 지방 분양 물량을 얼마나 책정해야 할지가 고민이라고 말했다.
연말 실시되는 대통령 선거도 주택 부문의 사업계획을 짜기 어렵게 만드는 요인이다. 현대건설 관계자는 아무래도 대선이 끝나봐야 사업계획을 확정할 수 있을 것 같다며 수주 규모를 시장 상황보다 늘려 잡으면 자금 부담만 커질 수 있고, 너무 소극적으로 계획을 짜면 자칫 시장을 뺏길 수도 있어 고민이라고 털어놨다.
이태훈 고기정 jefflee@donga.com koh@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