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베트(중국명 시짱)의 분리 독립 시위가 유혈사태로 확산된 가운데 티베트의 정신적 지도자인 달라이 라마는 18일 불안이 계속될 경우 사임하겠다며 사태의 평화적인 해결을 촉구했다. 시위자들에 대한 대대적인 검거 예고 속에 모든 종류의 교통편이 통제돼 티베트의 고립은 길어지고 있다.
달라이라마 독립은 불가능=달라이 라마는 18일 인도 다람살라에서 기자들과 만나 티베트의 독립은 불가능하다며 티베트인과 중국인이 함께 어울려 살아가야 한다고 촉구했다. 그는 사태가 계속 악화될 경우 달라이 라마의 자리에서 물러나겠다고 밝혔다.
원자바오() 중국 총리는 이날 전국인민대표대회 폐막 직후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달라이 라마 집단이 조직하고 선동해서 (시위가) 일어났다는 사실을 입증하는 증거가 많다고 비난했다.
그는 티베트의 독립을 포기하면 대화의 통로는 열려 있다고 덧붙였다.
이에 앞서 독립 요구 시위는 17일 밤 베이징으로 확산됐다. 베이징의 중앙민족대학에서는 티베트인 50여 명이 중국 정부의 티베트 무력 진압에 항의하는 촛불 시위를 벌였다. 간쑤() 성 간난() 장족 자치주의 농촌 현에서는 수백 명이 상점과 관공서를 불태웠다고 영국 가디언이 전했다.
네팔 카트만두의 티베트인들은 18일부터 단식 투쟁에 들어갔으며 호주 시드니 중국영사관 앞에서 시위대 100여 명이 중국 국기를 태우며 항의 시위를 벌이는 등 해외 동조시위도 이어졌다.
17일 홍콩의 TV, 신문 기자 등 15명이 인근 쓰촨() 성 청두()로 강제 추방되는 등 보도 통제도 강화되고 있다.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은 이날 모든 당사자에게 충돌과 폭력을 피할 것을 촉구한다며 중국 당국에 자제를 당부했다고 AFP통신이 전했다.
거리 정리 공서 문 열어=정부 기관과 학교 은행 등 관공서가 문을 열었고 가게들도 영업을 시작했습니다.
중국 티베트 자치구 수도 라싸()에서 가게를 경영하는 한국인 조영숙(가명) 씨는 18일 본보와의 전화 통화에서 어제부터 시민들의 통행이 어느 정도 이뤄지고 있다고 전했다.
조 씨는 시장도 문을 열어 야채와 고기 등 먹을거리 구입이 가능한 상태라며 하지만 피해가 큰 가게들이 정상 영업에 들어가려면 상당한 기간이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16일 오후부터 거리 청소작업이 시작돼 대부분의 거리가 깨끗이 정리됐다면서도 곳곳에서 신분증 검사를 하는 등 검문검색이 이뤄지고 있어 통행이 완전히 자유로운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음식점에서 종업원으로 일하고 있는 20대 장족 여성은 신분증을 휴대하지 않아 14일부터 5일째 돌아다니지 못하고 가게에 갇혀 지내고 있다고 불만을 털어놓았다.
현지의 한 한국인은 시위 주동자들이 모여 있는 것으로 알려진 다자오쓰() 등 라마 불교 사원을 인민해방군이 에워싼 채 출입자들의 신분을 일일이 확인하고 있다며 사원 주위에 여전히 삼엄한 분위기가 흐르고 있다고 전했다.
하종대 김재영 orionha@donga.com redfoo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