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한국 의사 수가 인구 1000명당 1.74명으로 23개국 중 22위라고 발표하자 대한의사협회가 통계수치를 반박하며 오히려 의사 수가 과잉이라는 주장을 내놓았다.
OECD 2009 세계의료 현황 보고서에 따르면 우리나라 인구 1000명당 의사 수는 2007년 말 현재 1.74명으로 터키(1.51명) 다음으로 가장 적고 회원국 평균인 3.1명에도 크게 못 미친다. 오스트리아가 4.03명으로 가장 많고, 네덜란드(3.93명) 폴란드(3.86명) 스위스(3.85명) 호주(3.75명)가 뒤를 이었다.
그러나 대한의사협회는 OECD 발표에 대해 의사 수가 부족하다는 것은 통계의 오류라며 민감하게 반응했다. 의사 수 1.74명의 근거는 각국에서 제출한 활동의사 수를 기준으로 한 것이기 때문에 실제 의사 수와는 상당 부분 차이가 있으며 진료를 쉬고 있는 의사는 포함되지 않았다는 것. 의협은 보건복지가족 통계 연보를 기준으로 2007년 총 의사 수(면허등록 의사)는 10만8207명으로 인구 1000명당 2.2명이라고 지적했다.
또 의협은 국내 인구 1000명당 활동의사 수를 보면 1985년 0.6명에서 2006년 1.74명으로 가파르게 증가하고 있어 OECD 회원국 평균증가율 47.6%의 3.5배에 달한다고 주장했다. 의대와 한의대 신증설로 매년 4150명의 의사가 배출되는 것을 고려하면 5년 후에는 OECD 평균인 3.1명에 도달할 것이라고 의협 측은 예상했다. 대한의사협회 좌훈정 대변인은 일부 대형병원 쏠림으로 인한 현상일 뿐 중소형 병원은 환자가 없어 줄줄이 도산하고 있다며 절대 의사 수의 부족이 아닌 특정 병원, 특정 진료 과목에 의사가 몰리는 상대적인 부족이라고 설명했다.
사실 OECD는 인구 10만 명당 적정 의사 수를 150명이라고 권고하고 있다. 그 권고대로라면 인구 1000명당 1.5명으로 한국은 OECD 평균에는 못 미치지만 적정한 의사 수를 유지하고 있는 셈이다. 그러나 한국의 의사 수 총계는 의사와 한의사를 더한 숫자이기 때문에 한의사가 없는 국가들에 비하면 오히려 의사 수가 더욱 줄어든다고 봐야 한다. 보건복지가족부 의료자원과 관계자는 의사와 한의사를 찾는 환자들의 목적은 다르지만 OECD가 요구한 통계 작성 기준으로는 한의사도 의료 인력에 포함된다고 말했다.
의협의 주장은 실제로 환자들이 진료 현장에서 체감하는 의료현실과도 거리가 있다. 3시간 대기, 3분 진료라고 할 만큼 의료서비스 질에 대한 환자들의 불만이 높기 때문이다. 의협은 의사가 공급과잉이라 오히려 인력감축을 위해 의대 정원을 조정해야 한다고 주장하지만 결국 시장 진입 제한 논리에 불과하다는 비판이 제기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의료소비자시민연대 강태언 사무총장은 환자 입장에서는 의사가 늘어나면 서비스가 좋아질 것이라고 기대하기 마련이라며 의사 수로 논쟁을 벌일 일이 아니라 지역별, 진료과목별 의사 편중 현상을 해소하는 것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우경임 woohah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