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 to contents

펀더멘털 괜찮지만 한방에 무너질수도

Posted September. 26, 2011 07:36   

中文

3년 전에 겪었던 리먼브러더스 사태의 공포가 엄습하고 있다. 금융시장 지표만 놓고 보면 한국 경제는 이미 위기 국면에 들어섰다. 최근 한 달 새 원-달러 환율은 100원 넘게 올랐고 코스피는 하루 만에 100포인트 넘게 폭락했다. 3년 전보다 한국 경제의 펀더멘털(기초여건)이 튼튼하다는 정부 발표는 10년 전 외환위기 때보다 우리 경제 체질이 강화됐다고 자신만만해 하던 당시와 다를 게 없다.

한국 경제는 정말 제2의 리먼 사태에 빠져드는 것일까. 전문가들은 펀더멘털이 3년 전보다 건강한 것은 사실이지만 방심하면 한순간에 휘청거릴 수 있다고 경고한다. 아무리 외환보유액을 많이 쌓아놓고 수출이 잘된다고 해도 우리가 통제할 수 없는 대외 변수들이 일촉즉발의 위기에 놓여 있기 때문이다. 세계 금융시장이 네트워크로 연결된 세상에서 조타수 역할을 하는 정부가 오판을 하면 한국 경제는 아차 하는 순간에 나락으로 떨어질 수 있다. 소규모 개방경제의 한계다.

ATM 코리아 현상 재연

우리나라의 부도 위험을 나타내는 한국 신용부도스와프(CDS) 프리미엄은 23일 2.02%까지 올랐다. 9월 초와 비교해 0.73%포인트나 높아졌다. 프랑스 최대 은행인 BNP파리바가 뱅크런(대량 인출) 사태를 겪은 프랑스(1.97%)보다 0.05%포인트 높은 수준이다.

리먼 사태를 겪었던 3년 전 9월에도 그랬다. 2008년 9월 1일 1.27%였던 CDS 프리미엄은 9월 말 1.80%까지 높아졌다. 9월 위기설이 겨우 진화되나 싶었지만 10월 27일 CDS 프리미엄이 6.99%까지 치솟으며 위기는 정점에 달했다. 사흘 뒤인 10월 30일 체결된 한미 통화스와프가 구세주였다.

원-달러 환율은 2008년 9월에 1115.5원에서 1206.9원으로 91.4원 상승했는데 올 9월에는 1061.3원에서 1166원으로 104.7원 올라 상승세가 오히려 커졌다. 올 들어 환율 상승폭이 가장 컸던 때가 1월에 13.3원이었던 걸 감안하면 폭등 수준이다. 2008년 9월 3조8919억 원어치의 주식을 팔고 나간 외국인은 이달 들어 2조2833억 원 순매도를 기록했다. 외부 충격에 외국인이 제 멋대로 들락날락하며 자금을 가장 먼저 빼가는 ATM 코리아 현상이 이번에도 재연됐다.



이상훈 januar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