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중곡동 40대 주부가 성범죄자 서진환에게 목숨을 빼앗긴 지 3주가 지났다. 피살자의 남편 박귀섭 씨는 요즘 잠든 아이들을 두고 새벽부터 일하러 나간다. 그래야 아이들과 먹고 살 수 있기 때문이다. 아내가 살해되기 13일 전에도 범인 서진환이 전자발찌를 찬 채 성범죄를 저질렀다는 사실이 뒤늦게 밝혀지자 박 씨는 더 허망했다. 박 씨는 그제 채널A의 뉴스A 인터뷰에서 덜덜덜 떨렸죠. 너무 억울해서. 그런 사실이 하나둘씩 밝혀질 때마다 (나라가) 참 허접하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진짜 이렇게 밖에 할 수 없나라고 말했다. 허접한 국가, 허접한 정부, 허접한 공권력이 결국 아내를 죽였다는 개탄으로 들린다. 이명박 대통령부터 귀를 열고 들어야 할 분노요 절규다.
경찰은 관할구역을 따지고, 전자발찌를 관리하는 보호관찰소는 성범죄가 났는지도 몰랐다. 박 씨는 (국가 기관끼리) 밥그릇 뺏기기 싫어가지고 공조도 안 되고, 아무것도 안되는 이런 시스템에서 어떻게 연약한 사람들을 보호할 것인지라고 했다. 아 진짜 너무 억울하고너무 억울해요라며 그가 깊게 토한 한숨은 이 나라 서민들의 심정을 대변한다.
친()서민 정부는 다세대주택 2층에 사는 서민 박 씨에게 무엇을 해주었나. 서진환이 잔인하게 목숨을 빼앗은 중곡동 주부는 물론이고 그 전의 면목동 주부, 고종석에게 성폭행 당한 나주의 A 양(7), 통영의 초등학생 한아름 양(10). 그리고 조두순에게 당한 나영이(당시 8) 등 성폭행 피해자는 다 서민의 딸이거나 아내들이었다. 자신들의 돈과 힘으로 생활안보()를 할 수 있는 사람들과는 달리 그야말로 법과 제도가, 그리고 정부와 경찰이 지켜줘야 할 힘없는 서민들이다.
비록 누추할지라도 내 집에 누우면 마음 편하게 자고 깰 수 있는 생활안보가 돼야 등 따습다고 할 수 있다. 서민을 배부르게 못해주면서 등 따습게도 못해주는 정부가 무슨 낯으로 친서민을 말하는가. 이명박 정부 초기인 2008년 3월 안양 초등학생 혜진 예슬이 성폭행 살해사건이 터졌을 때 본란은 골목 안 민생치안이 의 ABC다라는 사설을 실었다. 그러나 경찰은 서민동네 치안에 소홀한 것으로 모자라 이번에도 거짓보고를 일삼았다. 그제 여성가족부가 발표한 성폭력 대책은 2008년 4월 혜진 예슬이 사건 뒤 법무부가 내놓은 대책과 거의 판박이다. 사태가 벌어지면 재탕 삼탕 대책으로 적당히 여론을 무마하고 넘어가고, 그리고는 서민을 내팽개치니 같은 비극이 반복된다. 이 대통령, 권재진 법무부장관, 한상대 검찰총장, 김기용 경찰청장은 할말이 있는가. 차기 대통령이 되겠다는 후보들은 박귀섭 씨의 아픔과 분노를 충분히 공감하는가. 이들이 대통령이 된들 흉포한 세상을 바꿀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