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이 어제 제 27차 국가과학기술자문회의를 주재한 자리에서 우리나라 기초과학 수준이 노벨과학상 수준에는 여전히 미흡하다며 언제 어디서 대박이 터질지 모르는 기초연구와 소재기술 분야의 특성을 감안해 정부는 꾸준히 한 분야 연구에 매진할 수 있도록 안정적인 연구 환경을 만들어 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일본이 2명의 노벨과학상 수상자를 내고 중국이 첫 노벨생리의학상 수상자를 내는 것을 우리는 부러운 눈으로 지켜보았다. 한국은 전통적인 과학강국인 일본과 신흥 과학강국인 중국 사이에서 뒤쳐진 현실을 절감했다. 예산만 보면 우리나라의 기초연구 지원은 결코 적지 않다. 국내총생산(GDP)대비 연구개발비 투자비중이 4.15%로 세계 1위다. 정부가 돈은 돈대로 들이면서도 세계적 연구 성과나 원천기술을 내지 못하는 데는 정부가 연구사업을 주도해 지원금을 나눠주는 탑다운 방식에 원인이 있다.
이명박 정부는 기초과학연구원(IBS)을 중심으로 연구 실적이 우수한 50명의 과학자에게 10년간 연간 100억 원씩 지원하는 노벨상 프로젝트를 추진했으나 풀뿌리 연구를 고사시킨다는 비판을 받았다. 연구자들이 연구비를 딸 목적으로 정부사업에만 몰려 연구의 생명인 자율성과 독창성을 잃었기 때문이다. 최근 내한한 노요리 료지 일본 문부과학성 산하 연구전략개발센터장이 한국에서 노벨상 수상자가 나온다면 서울대 카이스트 포항공대는 아닐 것이다라고 말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비슷한 연구로 치열한 경쟁을 벌이는 일류대학보다는 독창적 연구를 하는 곳에서 노벨상이 나온다는 그의 발언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이제 기초연구 분야에서도 패스트 팔로우가 아니라 퍼스트 무버로서의 패러다임 전환이 필요하다. 지난 10년간 노벨상 수상자 73명 중 절반이 넘는 48명이 2030대에 수행한 연구업적으로 수상했다. 기초연구야말로 정권임기를 의식하지 말고 긴 호흡으로 지원해야 한다.
2001년 노벨생리의학상을 수상한 팀 헌트 케임브리지대 명예교수는 노벨상이란 존재하는지도 몰랐던 분야에서 발견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1911년 창립 이래 32명의 노벨상 수상자를 배출해 노벨상 사관학교로 불리는 독일 막스 플랑크 연구소의 운영모토는 지원하되 간섭하지 않는다이다. 정부가 노벨상 조급증을 버려야 노벨상에 성큼 다가갈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