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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못한 듯 남중국해 입장 밝힌 한국 외교

마지못한 듯 남중국해 입장 밝힌 한국 외교

Posted October. 29, 2015 07: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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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가 어제 미국과 중국 간 갈등을 빚고 있는 남중국해 문제에 대해 이 지역에서의 분쟁은 국제적으로 확립된 규범에 따라 평화적으로 해결돼야 한다고 밝혔다. 미국 군함이 전날 중국이 영유권을 주장하고 있는 남중국해의 인공섬 12해리 안쪽 해역으로 진입해 양국간에 군사적 긴장이 높아지고 있는 상황에 대한 공식 반응이다. 자발적으로 낸 것이 아니라 기자들의 질의에 마지못해 낸 것이고, 내용마저도 미국과 중국 가운데 어느 쪽에 더 가깝게 선 것인지 알 수 없을 정도로 애매모호하다.

남중국해 분쟁을 한겹 들춰보면 해양 지배를 통해 패권국가로 나아가려는 중국과 이를 견제해 아시아에서의 전략적 우위를 유지하려는 미국 간의 파워 게임이 드러난다. 이런 상황에서 시진핑 정부와 좋은 관계를 맺고 있는 박근혜 정부가 동맹관계인 미국과 실리관계인 중국 사이에서 선뜻 어느 한쪽 편을 들기가 쉽지 않을 수는 있다. 그러나 언제까지 그런 애매모호한 태도가 통할지 의문이다.

최근 한미 정상회담에서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박근혜 대통령에게 한미동맹의 글로벌 파트너십 강화 차원에서 우리는 중국이 국제 규범과 법을 준수하기를 원하며, 만약 중국이 그런 면에서 실패한다면 한국이 목소리를 내야 한다고 요청했고, 기자회견에서 그 사실을 밝혔다. 그러나 윤 장관은 남중국해의 남자도 나오지 않았다고 눙치는 식으로 깔아뭉개려다 호된 비판을 받았다. 외교수장이 불과 얼마 뒤에 실제 상황으로 닥칠 일을 두고도 미중 양쪽의 러브콜이란 환상에 취해 현실도피적인 태도를 보였으니 무책임하기 짝이 없다.

중국 주도의 아시아인트라투자은행(AIIB) 가입, 미국 고고도미사일방어(THAAD사드) 체계의 한반도 배치, 미국과 일본 주도의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참여 등 미국과 중국의 이해관계가 충돌하는 사안에 직면할 때마다 한국이 전략적 모호성을 내세워 눈치만 보는 것도 국민을 불안하게 한다. 남중국해 문제는 중국이 인공섬을 만들어 군사기지화함으로써 분쟁을 촉발시킨 현상 변경에 해당하고 항해자유를 저해할 수 있다는 점에서 국제법적으로 논란의 소지가 크다. 우리의 국익이나 군사안보적인 이해는 차치하더라도 이런 사안이라면 국제질서의 유지라는 측면에서 우리가 중국에 좀더 강한 우려의 목소리를 전달할 필요가 있다. 국제규범의 준수는 특정 국가가 아니라 모든 국가가 따라야 할 의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