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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3년생 소나무와 동갑나기들

Posted April. 28, 2018 07:45   

Updated April. 28, 2018 07: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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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속성조림(速成造林)! 소나무 상수리 아까시아 등 속성수 조림으로 단기간에 녹화운동의 성과를 거두겠다.” 1953년 4월 5일. 농림부는 식목일을 맞아 소나무를 비롯한 2500만 그루의 묘목을 전국에 심었다. 전방에선 포화가 이어졌지만 1948년부터 식목일이 공휴일로 지정된 터여서 공무원과 학생들이 모두 나섰다. 어제 판문점에서 남북정상이 식수한 ‘1953년생 평화의 소나무’도 65년 전 식목일에 심어졌을 것이다.

 ▷높이 2m 남짓의 그 반송(盤松)은 문재인 대통령과 동갑내기다. 소나무를 심고 한라산과 백두산 흙을 섞어 덮어준 김정은도 감회가 남달랐을 것이다. 김정은의 어머니인 고용희도 1953년생으로 알려진데다 제주는 김정은의 외가가 있던 곳이다. 고용희는 일본에서 태어난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북제주군 출생설도 나온다. 김정은은 아버지가 한눈에 반해 아들 둘과 딸 하나를 낳았지만 ‘숨겨진 여인’으로 살다 2004년 숨진 어머니에 대한 회한이 깊은 것으로 전해진다.

 ▷남북정상의 공동식수는 어제가 처음이다. 2007년 10·4 정상회담 때 노무현 대통령은 평양 중앙식물원에 김정일과 소나무를 같이 심으려고 양 정상의 이름이 적힌 250kg짜리 표지석을 가져갔지만 김정일이 나타나지 않아 나무만 심고 표지석은 가져왔다. 그해 대선 하루전날 김만복 국정원장이 평양에 가서 노 대통령 이름만 적힌 작은 표지석을 놓고 오는 해프닝도 있었다.

 ▷어제 소나무를 심은 곳은 65년 전 4월 27일 중공군과 인민군 부상병 포로들이 북으로 넘어간 길목이다. ‘한국휴전회의’가 53년 4월 26일 판문점에서 재개돼 포로 교환이 논의됐고 27일 490명이 북으로 송환됐다. 이어 석 달 뒤인 7월 27일 판문점에서 정전협정이 체결됐다. 판문점에 감돌던 팽팽한 긴장은 1976년 ‘도끼만행 사건’으로 극점에 달했다. 당시 미루나무 제거작전에 투입된 공수부대의 상병으로 외곽에 배치됐던 문 대통령도 감회가 새로웠을 것이다.


이기홍 sechep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