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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독광부-간호사 아들, 美연방법원 판사된다

파독광부-간호사 아들, 美연방법원 판사된다

Posted April. 15, 2022 07:57   

Updated April. 15, 2022 07: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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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파독 광부였던 아버지와 간호사 어머니 사이에서 자란 존 리(54·이지훈) 시카고 연방법원 판사가 연방 항소법원 판사로 지명됐다. 리 판사가 상원 인준을 통과하면 캘리포니아 제9항소법원의 허버트 최(최영조) 판사와 루시 고(고혜란) 판사에 이어 한국계 법률가 중 미 연방 종신직 판사에 오른 세 번째 사례가 된다.

 미국 백악관은 13일(현지 시간) 조 바이든 대통령이 5명의 신임 연방판사를 지명했다고 밝혔다. 백악관은 이 중 한 명인 리 판사에 대해 “제7연방항소법원에서 근무하게 될 최초의 아시아계 미국인”이라고 소개했다. 리 판사는 2012년 일리노이 북부지원의 연방판사로 취임한 지 10년 만에 우리의 고등법원 격인 연방항소법원 판사에 오르게 됐다.

 리 판사는 1968년 파독 광부였던 아버지 이선구 씨(82)와 간호사였던 어머니 이화자 씨(78)의 3남 중 장남으로 독일 아헨에서 태어났다. 당시 어려운 가정 형편에 리 판사는 생후 3개월 때 대전으로 보내져 외할머니의 손에서 자랐다. 독일에서 미국으로 이주한 부모는 1972년 4세이던 그를 미국으로 데려왔다. 아버지는 새벽에 공장에 출근하고 어머니는 병원 간호사로 일해 그는 낮 동안 혼자 집을 지키며 공부해야 하는 열악한 환경이었다.

 리 판사는 하버드대를 거쳐 1992년 하버드대 로스쿨을 졸업한 뒤 2012년 버락 오바마 행정부 때 연방법원 판사로 발탁됐다. 그해 7월 리 판사의 취임식에서 딕 더빈 일리노이주 연방상원의원은 “네 살 나이에 미국에 와서 연방판사가 된 리 판사의 이야기는 미국이 얼마나 위대한 나라인지 잘 보여주고 있다”고 말했다.

 리 판사는 당시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한국에서의 유년 시절은 내 정체성을 형성시켰고 지금의 나를 있게 해준 매우 소중한 시간”이라며 “항상 감사한 마음, 그리운 마음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부모님이 법적인 문제나 법률 문서를 읽으면서 어려움을 겪는 것을 보고 법의 역할에 대해 생각하게 됐다”며 “공정함과 겸손함을 잃지 않으려 노력한다. 모든 사람을 동등하게 대우하고 그들의 목소리를 놓치지 않고 듣는 판사가 되고 싶다”고 했다.


이채완기자 chaewan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