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쓰시로(松代) 대본영(일본 나가노현 나가노시) 건설 공사에는 6000∼7000여 명의 조선인이 강제 징용됐습니다. 그중 추정 사망자는 최소 300명 이상입니다. 우리에게는 큰 아픔이죠. 그런데 국내에서도 아는 사람이 별로 없어 안타깝지요.”
지난달 15일 일본 나가노현 아즈미노(安曇野)시 금강사에서 일제강점기 마쓰시로 대본영 건설 공사에 강제 동원된 조선인 희생자들을 위한 합동 천도재가 열렸다. 법회를 주도한 사람은 금강사 주지 법현 스님(한국불교태고종 열린선원 원장). 그는 지난달 26일 서울 은평구 열린선원에서 가진 인터뷰에서 “늘 일본의 진정한 사죄를 요구하지만 정작 우리는 얼마나 우리 역사를 알고 있는지 자성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마쓰시로 대본영 희생자에 대해 잘 모르는 사람이 많다.
“마쓰시로 대본영은 일제가 태평양전쟁 말기 본토 결전에 대비해 히로시마 대본영을 대신하고자 만든 대규모 전쟁 시설이다. 사방 수 km의 암반 속에 왕궁과 군사·행정·통신 기관이 들어갈 지하도시를 건설했는데, 수천 명의 조선인이 강제 동원되고 이 중 300∼1000여 명이 사망한 것으로 추정된다.”
―금강사와 희생자들이 관계가 있나.
“금강사는 재일교포들이 마쓰시로 희생자들을 위로하기 위해 40여 년 전에 대본영 인근에 지은 작은 한국식 절이다. 일본 사찰과 달리 삼성각(三聖閣)이 있고, 대웅전에도 석가모니불과 아미타불을 함께 모시고 있다. 조선인 희생자들이 극락왕생하길 바라는 마음에서다. 신도 수가 적어 운영이 어려워지자 평소 알던 신도회장님이 운영을 도와달라고 해서 주지를 맡게 됐다.”
―천도재를 연 계기는….
“2018년에 정식으로 주지에 취임했는데, 그전에는 신도들끼리 간헐적으로 법회를 열었다. 이런 뜻깊은 행사가 잊혀지면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취임 이듬해부터 재일교포는 물론이고 여러 단체와 함께 추모제를 지냈다.”
―10일에도 추모제가 열린다고 하던데….
“일본이 항복하겠다는 의사를 연합국에 밝힌 1945년 8월 10일에 맞춰 마쓰시로 대본영 지하호 앞 희생 조선인 추모비 앞에서 열린다. 절에서는 매년 7월 천도재를 열고, 8월에는 마쓰시로 대본영 앞에서 추모제를 진행한다.”
―당부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몇 년 전 한일관계가 어려울 때였는데, 재일교포 불자들이 한국의 시각으로 너무 강하게 말하지 말라고 부탁하더라. 스님은 말하고 떠나면 그만이지만 자신들은 남아서 주워 담아야 한다며…. 이처럼 한일관계는 어렵고 복잡한 부분이 많다. 일본이 제대로 된 역사의식을 갖추길 바라는 것과 함께 우리도 깨어 있는 역사의식으로 진실을 알리는 노력을 더 해야 한다.”
이진구 sys1201@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