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가 주목하는 건 ‘한류’일 뿐 ‘한국’이 아니다
Posted September. 27, 2023 08:09
Updated September. 27, 2023 08:09
세계가 주목하는 건 ‘한류’일 뿐 ‘한국’이 아니다.
September. 27, 2023 08: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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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한국 문화에 대한 미국인들의 관심은 평생 경험해보지 못했고, 예상하지도 못했던 상황이다.” 미국 싱크탱크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의 빅터 차 아시아 담당 부소장 겸 한국석좌는 15일(현지 시간) 미국 워싱턴에서 필자 등과 만나 이렇게 말했다. 그는 한반도를 둘러싼 안보 협력 관계와 향후 전망에 대해 설명하다가 “이 얘기는 꼭 하고 넘어가고 싶다”며 ‘소프트파워’의 중요성을 언급했다. 미 조지타운대에서 국제정치학과 한국학을 강의하는 빅터 차는 “20년 전 처음 한국학 강의를 시작했을 때 수강생은 재미교포 2세 등 대여섯 명에 불과했다. 하지만 지난 학기 수강생이 50여 명까지 늘었는데 아시아계 학생은 거의 없었다”고 했다. 그가 첫 수업에서 한국학을 수강하는 이유에 대해 묻자 “북한 핵 문제 등에 대한 관심 때문”이라고 답한 학생은 국방 분야에서 일하고 있는 1명뿐이었다. “단기간에 민주화와 산업화를 모두 이룩한 나라에 대해 궁금했다”고 답한 학생 역시 2, 3명 정도였다. 나머지는 모두 “K팝 때문”이라고 했다는 것이다. 또 최근 10년간 미국 대학의 외국어 수강 실태를 조사한 결과 한국어만 유일하게 60% 이상 급증했다는 미국 현대언어협회 조사 결과도 소개했다. 필자는 최근 한국언론진흥재단의 지원으로 미국을 방문해 빅터 차 등을 만났고 CNN, CBS, 공영 라디오 NPR, 허핑턴포스트 등에 속한 기자들과 토론할 자리가 있었다. 미국 기자들 역시 “계층과 세대를 불문하고 한국 문화에 대한 관심이 뜨겁다”고 입을 모았다. 여기까지만 들으면 이른바 ‘국뽕’이 차고 넘치는 상황이다. 하지만 이들의 관심이 ‘한국’이 아닌 ‘한국 문화’에만 머물러 있다는 사실을 깨닫는 것에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2030 세계박람회(엑스포) 부산 유치 가능성에 대해 묻자 한 기자는 “솔직히 미국 내에서 엑스포 이슈는 전혀 관심 대상이 아니다”라며 “최근 부산을 방문해 설명을 들은 뒤에야 한국이 유치전에 뛰어들었다는 걸 알게 됐다”고 했다. 국내에서 정부와 기업들이 유치전에 ‘올인’하는 것과는 온도 차가 컸다. 최근 국내에서 찬반 논란이 거세게 일었던 일본의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는 어떨까. 하와이가 지역구인 에드 케이스 미 민주당 하원의원은 14일 필자와 만나 “과학적 증거를 확인해보면 위험은 최소화됐다고 생각한다. 하와이에도 방류에 반대하는 사람들이 있지만 한국만큼 많진 않다”고 했다. 또 “아무래도 (한국) 국내 정치와 얽혀 있는 부분이라 (반대하는) 반응이 있는 것도 어쩔 수 없는 일이라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이런 반응을 접하며 어쩌면 한국인 상당수는 한류에만 주목할 뿐 한국에 대한 객관적 시선은 외면해 왔던 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지난달 정부는 새만금 세계스카우트잼버리 부실 운영에 대한 국제사회의 비판이 높아지자 K팝 콘서트를 열어 급한 불을 껐다. 하지만 더 이상 K팝과 한류 이미지를 만능열쇠 삼아 당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생각은 버려야 한다. 한류를 향한 찬사에 도취된 와중에 정작 한국이라는 나라가 잊힐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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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한국 문화에 대한 미국인들의 관심은 평생 경험해보지 못했고, 예상하지도 못했던 상황이다.”
미국 싱크탱크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의 빅터 차 아시아 담당 부소장 겸 한국석좌는 15일(현지 시간) 미국 워싱턴에서 필자 등과 만나 이렇게 말했다.
그는 한반도를 둘러싼 안보 협력 관계와 향후 전망에 대해 설명하다가 “이 얘기는 꼭 하고 넘어가고 싶다”며 ‘소프트파워’의 중요성을 언급했다. 미 조지타운대에서 국제정치학과 한국학을 강의하는 빅터 차는 “20년 전 처음 한국학 강의를 시작했을 때 수강생은 재미교포 2세 등 대여섯 명에 불과했다. 하지만 지난 학기 수강생이 50여 명까지 늘었는데 아시아계 학생은 거의 없었다”고 했다.
그가 첫 수업에서 한국학을 수강하는 이유에 대해 묻자 “북한 핵 문제 등에 대한 관심 때문”이라고 답한 학생은 국방 분야에서 일하고 있는 1명뿐이었다. “단기간에 민주화와 산업화를 모두 이룩한 나라에 대해 궁금했다”고 답한 학생 역시 2, 3명 정도였다. 나머지는 모두 “K팝 때문”이라고 했다는 것이다. 또 최근 10년간 미국 대학의 외국어 수강 실태를 조사한 결과 한국어만 유일하게 60% 이상 급증했다는 미국 현대언어협회 조사 결과도 소개했다.
필자는 최근 한국언론진흥재단의 지원으로 미국을 방문해 빅터 차 등을 만났고 CNN, CBS, 공영 라디오 NPR, 허핑턴포스트 등에 속한 기자들과 토론할 자리가 있었다. 미국 기자들 역시 “계층과 세대를 불문하고 한국 문화에 대한 관심이 뜨겁다”고 입을 모았다. 여기까지만 들으면 이른바 ‘국뽕’이 차고 넘치는 상황이다.
하지만 이들의 관심이 ‘한국’이 아닌 ‘한국 문화’에만 머물러 있다는 사실을 깨닫는 것에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2030 세계박람회(엑스포) 부산 유치 가능성에 대해 묻자 한 기자는 “솔직히 미국 내에서 엑스포 이슈는 전혀 관심 대상이 아니다”라며 “최근 부산을 방문해 설명을 들은 뒤에야 한국이 유치전에 뛰어들었다는 걸 알게 됐다”고 했다. 국내에서 정부와 기업들이 유치전에 ‘올인’하는 것과는 온도 차가 컸다.
최근 국내에서 찬반 논란이 거세게 일었던 일본의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는 어떨까. 하와이가 지역구인 에드 케이스 미 민주당 하원의원은 14일 필자와 만나 “과학적 증거를 확인해보면 위험은 최소화됐다고 생각한다. 하와이에도 방류에 반대하는 사람들이 있지만 한국만큼 많진 않다”고 했다. 또 “아무래도 (한국) 국내 정치와 얽혀 있는 부분이라 (반대하는) 반응이 있는 것도 어쩔 수 없는 일이라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이런 반응을 접하며 어쩌면 한국인 상당수는 한류에만 주목할 뿐 한국에 대한 객관적 시선은 외면해 왔던 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지난달 정부는 새만금 세계스카우트잼버리 부실 운영에 대한 국제사회의 비판이 높아지자 K팝 콘서트를 열어 급한 불을 껐다. 하지만 더 이상 K팝과 한류 이미지를 만능열쇠 삼아 당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생각은 버려야 한다. 한류를 향한 찬사에 도취된 와중에 정작 한국이라는 나라가 잊힐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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