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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 쓰레기들 청소”…악인 처단 ‘다크히어로’, 정의를 묻다

“인간 쓰레기들 청소”…악인 처단 ‘다크히어로’, 정의를 묻다

Posted February. 27, 2024 07:25   

Updated February. 27, 2024 07: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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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쓰레기들을 그냥 청소한 것뿐이다.”(넷플릭스 드라마 ‘살인자o난감’ 중)

“법에는 구멍이 나 있다. 이제 내가 그 구멍을 메우겠다.”(디즈니플러스 드라마 ‘비질란테’ 중)

최근 선악의 경계에서 사회 정의를 묻는 ‘다크 히어로’ 콘텐츠가 인기를 끌고 있다. 기존 히어로물이 착한 영웅 위주로 전개된다면 어두운 면을 보여주는 다크 히어로는 인간 심리의 입체적인 모습을 보여준다는 평가다.

9일 넷플릭스에 공개된 뒤 한국, 태국, 베트남, 싱가포르 등 10개국에서 시청 수(Views·시청 시간을 재생 시간으로 나눈 값) 1위에 오른 ‘살인자ㅇ난감’이 대표적이다. 이 작품은 주인공 이탕(최우식)이 우연한 살인으로 시작해 ‘죽어 마땅한 자’를 처단하는 이야기를 담았다. 이탕이 선악을 넘나들며 악한을 살해하는 장면이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중심으로 논쟁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사회적 공분을 일으킨 범죄자를 사법당국이 아닌 개인이 직접 처단하는 게 과연 정당한지에 대해서다.

지난해 11월 디즈니플러스에 공개된 뒤 한국 TV쇼 부문 1위에 오른 ‘비질란테’도 다크 히어로 콘텐츠다. 주인공 김지용(남주혁)은 낮에는 모범적인 경찰대 학생이지만, 밤이면 범죄자들을 찾아가 직접 심판한다. 어릴 적 지용의 엄마가 눈앞에서 폭행을 당해 목숨을 잃었지만, 범인이 심신미약이라는 이유로 낮은 형량을 받고 출소했기 때문이다. 이 드라마 역시 SNS에서 악인 중에서도 죽어 마땅한 자를 어떻게 정의할 수 있는지, 그에 대한 처벌은 무엇이 합당한지를 놓고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다크 히어로가 각광을 받는 건 악랄한 범죄자들이 상대적으로 가벼운 처벌을 받고 있다는 대중의 심리가 반영된 결과다. 지난해 2월 방영돼 최고 시청률 21%를 기록한 SBS 드라마 ‘모범택시 2’처럼 억울한 피해자를 대신한 복수극이 현실에 답답해하는 시청자들에게 대리만족을 줬다는 것.

이와 관련해 ‘살인자o난감’과 ‘비질란테’를 비롯해 지난해 8월 방영돼 사형제 논쟁을 촉발시킨 SBS 드라마 ‘국민사형투표’ 모두 웹툰이 원작이다. 독자들의 실시간 반응에 민감한 웹툰 원작들이 범행에 비해 법적 처벌이 미약하다고 여기는 대중의 공분을 제대로 건드렸다는 시각도 있다. 김성수 대중문화평론가는 “사법기관에 의한 공적 처벌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대중의 분노가 다크 히어로 열풍으로 이어진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다크 히어로물은 악을 신속하고 통쾌하게 처단하는 방법이 결국은 폭력이라는 부조리함을 고발하기도 한다. ‘살인자o난감’에서 형사 장난감(손석구)이 이탕을 향해 “네가 뭐 신이라도 되냐? 네가 뭔데 벌을 줘?”라고 묻는 장면이 대표적이다.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를 중심으로 사회의 어두운 단면을 보여주고 고발적 메시지를 담은 콘텐츠가 인기를 끄는 현상의 연장선이라는 시각도 있다. 지난해 7월 공개된 넷플릭스 드라마 ‘D.P.’ 시즌 2는 군 복무 개선의 사회적 공감대를 형성했다. 2022년 공개된 넷플릭스 드라마 ‘소년심판’은 촉법소년에 대한 사회적 논의를 일으키는 계기가 됐다. 하재근 대중문화평론가는 “OTT 콘텐츠를 접한 시청자들이 SNS를 통해 즉각적으로 사회적 공분을 공유하는 방식으로 사회 문제를 다룬 콘텐츠들이 대중의 인기를 얻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호재 기자 hoh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