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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러정상회담

Posted February. 28, 2001 12: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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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대중대통령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27일 정상회담 후 발표한 한러 공동성명에서는 양국이 대량파괴무기와 그 운반수단의 확산 방지 및 궁극적 철폐에 대한 결의를 재확인했다는 대목이 눈에 띈다.

공동성명은 이어 한러 양국은 1972년 체결된 탄도탄요격미사일(ABM)조약이 전략적 안정의 초석이며 핵무기 감축 및 비확산에 대한 국제적 노력의 중요한 기반이라는 데 동의했다.

정부 관계자들은 공동성명에 이 같은 내용이 반영된 것은 러시아측의 희망에 따른 것이라고 설명했지만, 해석에 따라서는 미국에 상당한 거부감을 줄 수 있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ABM조약은 미 소(현 러시아) 양국이 요격미사일기지를 각 1개씩만 갖도록 제한해 핵공격으로부터 상호 공멸하는 공포의 균형 전략을 채택함으로써 역설적으로 핵전쟁을 막자는 의도에서 체결됐다. 이에 따라 양국은 전 국토를 방어하는 요격미사일체제를 구축할 수 없게 돼 있으며, 조지 W 부시 미 행정부가 강행 방침을 밝힌 국가미사일방어(NMD)체제는 이 조약에 위배된다.

이런 측면에서 한국측이 공동성명에서 ABM조약을 보존하고 강화한다는 내용을 담은 배경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정부 관계자들은 현재 미국도 ABM조약에 동의하고 있는 상태라며 일종의 선언적 의미이며 별다른 배경이 있는 것은 아니다고 확대 해석을 경계하고 있다. 그러나 일각에선 이번 정상회담에서 나온 ABM 합의는 미국의 NMD구상에 대한 한국 정부의 불만을 우회적으로 표현한 것이 아니냐는 해석도 나오는 실정이다.

현 정부 초대 국방장관이었던 민주당 천용택()의원과 조성태()국방장관은 NMD체제의 해외판인 전역미사일방어(TMD)체제에 가입하는 것은 한국 실정에 맞지 않으며, 이들 체제는 한반도를 포함한 동북아 지역에 새로운 군사적 긴장을 초래할 수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이번 회담에서 한반도 정세와 한러 경제협력 등의 의제에 대해서는 예상했던 대로 실질적이고도 구체적인 조치들이 합의됐다. 특히 한국 입장에선 대북정책에 대한 러시아측의 확고한 지지를 확보했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다.

또 러시아 극동지역의 나홋카 한인공단 개발, 이르쿠츠크 가스전 공동개발 등 양국간 경제협력을 강화하고 한반도종단철도(TKR)와 시베리아횡단철도(TSR) 연결사업 등 남북러간 3각 경제협력을 모색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한 것도 의미 있는 대목이다. 이날 합의에 따라 최근 45년간 침체상태였던 양국 경제교류도 활력을 되찾을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윤승모기자 ysm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