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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공항 수하물처리시스템(BHS)의 문제

Posted March. 02, 2001 12: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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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국제공항에 대한 종합 시험운영에서 시스템 결함이 드러나자 인천공항에 취항할 국내외 항공사의 전문가들은 서둘러 개항할 것이 아니라 시간을 더 갖고 차분히 점검해야 한다는 의견을 내놓고 있다. 승객들의 안전과 편의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중요한 문제이기 때문이다.

1. 개항 지장없나

인천공항에 취항할 외국항공사 관계자는 시스템이 안정될 때까지 충분한 시간을 갖고 돌발사태에 대비한 훈련을 하는 것이 개항 후 혼란을 최소화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항공관계자들은 또 개항초기 승객이 몰리지 않을 때는 현재의 수하물처리시스템(BHS) 용량으로도 큰 무리 없이 짐을 처리할 수 있지만 여름철 성수기에는 비행기 운항지연 등 부작용이 생길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건설교통부와 인천국제공항공사는 중요한 결함을 인정하고 공론화시켜 보완하기 보다는 감추기에 급급한 모습을 보였다. 오히려 체크인 카운터에서 BHS가 가동되고 있는 모습을 보여주며 언론이 BHS 결함에 너무 민감하게 대응한다면서 불평까지 했다. 같은 시간 체크인 카운터 뒤에서 수하물들이 뒤엉켜있는 것을 알고 있으면서도.

이 때문에 승객들의 안전과 편의보다는 대통령께 보고한 개항 일자에 맞추는 것을 더 중요하게 생각한 게 아니냐는 비아냥을 듣고 있다.

프랑스 알스톰, 독일 만네스만, 포항제철 계열의 포스콘 등으로 구성된 컨소시엄이 제작한 인천공항의 수하물 처리 시스템(BHS)은 설계 때 처리 용량을 낮게 잡아 실제 처리 능력이 예상 승객수에 비해 현저히 떨어진다는 점에서 지난해 말부터 논란이 많았다. 그러나 새롭게 드러난 결함은 승객 측면에서 보면 처리 속도보다 더 중요한 자동분류장치다. 건교부측은 BHS 프로그램 오류의 정확한 원인을 찾아내지 못하고 있다. 또 원인을 찾아냈더라도 오류를 수정하고 시스템을 안정화하기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여 개항 예정일까지 정상화될지는 의문이다.

2. 다른 문제점은

항공편 스케줄과 편명 등의 정보를 제공하는 비행정보전광판(FIDS)은 승객들과 항공사 직원들이 지정된 항공기로 찾아가게 하는 안내판. 실시간으로 정보가 제공되지 않으면 승객들이 엉뚱한 탑승구로 가게 돼 비행기를 놓칠 수도 있다. 시험운영에서 네트워크 오류로 실시간 정보가 표시되지 못했던 것. 건교부와 공사측은 공항 종합정보통신시스템과 연결이 원활하지 않은 때문으로 보고 보완 작업에 들어갔다.

폭발물 감지장치(CTX)는 5차례의 시험운영에서 단 한번도 제대로 작동되지 않은 것으로 밝혀졌다. 이는 미국 인비전테크놀로지사 제품으로 컴퓨터 단층촬영 방식으로 수하물을 촬영한 다음 폭발물과 비슷한 밀도를 가진 물질을 적발해내는 첨단 제품. 검색 시간은 12초다.

인천공항에서는 BHS 컨베이어 벨트 쪽에 설치돼 폭발물을 검색했지만 제 기능을 다하지 못했다. 항공사 관계자는 CTX자체에 결함이 있는 것이 아니라 공항정보통신시스템과 연결이 원활하지 않아 오류가 생긴것 같다며 최악의 경우 테러범의 타깃이 될 우려도 있다고 지적했다.

3. 외국선 어떻게

98년 6월 문을 연 홍콩 첵랍콕공항은 BHS 오류로 큰 혼란을 겪었다. 개항 당일 BHS가 문제를 일으켜 짐이 제대로 항공기에 운반되지 못해 항공기 운항이 크게 지연되는 사태가 이어져 국제적인 망신을 했다. 또 운항 지연에 따른 손해배상액이 수조원에 달해 홍콩 국민총생산(GNP)이 떨어지기까지 했다.

미국 중서부지역 중추공항인 덴버공항은 BHS 결함 때문에 개항 시기를 1년 가까이 늦췄다. 덴버공항측은 BHS 결함을 보완하지 않은 채 개항을 강행해 문제가 생길 경우 귀중품이나 중요한 서류 등이 들어있는 수하물이 엉뚱한 곳으로 가거나 분실되는 데 따른 손해배상청구액을 감당하지 못할 것으로 보고 이같이 결정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송진흡기자 jinhup@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