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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이렇게 정책이 오락가락해서야

Posted March. 11, 2001 19: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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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대중()대통령의 이번 방미()는 우리의 대외정책 특히 대북()정책이 얼마나 취약한 기반위에서 즉흥적으로 추진되고 있는지를 여실히 보여주었다.

김대통령은 9일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서울 답방 때 북한과 평화협정이나 평화선언 대신 92년의 남북기본합의서에 기초한 긴장완화방안을 집중 논의하겠고 말했다. 이 발언은 김대통령이 출국하기 약 일주일전 언론 인터뷰에서 김위원장의 서울 답방 때 냉전 종식을 위해 평화협정 또는 평화선언 등 어느것이 될지 모르지만 군사적 문제를 포함한 구체적인 합의를 이끌어 내겠다 고 한 발언과 완전히 다르다.

김대통령의 이같은 발언 번복은 남북한 평화협정이나 평화선언에 대한 미국측의 거부감때문인 것으로 전해진다. 그러나 백번 미국의 입장과 그에대한 우리 정부의 입장을 이해한다 해도 그런 미국측의 분위기를 사전 예측하거나 분석하지도 않고 대통령이 이를 선듯 언론에 밝힌 것은 이해 할 수 없는 일이다. 더구나 미국과 평화협정을 맺겠다는 북한의 속셈은 하나도 변한 것이 없는데 우리쪽에서 불쑥 평화선언과 평화협정 얘기를 꺼냈다가 갑자기 거둬들이는 모양세는 말이 아니다.

국가미사일방위(NMD)체제에 대한 논란도 마찬가지다. 그동안 NMD에 대한 우리의 입장은 엄밀히 따져보면 부정 쪽에 더 가까이 있는 듯 했다. 외교부는 한러 정상회담의 공동성명에 포함된 탄도탄요격미사일(ABM)조약관련 내용도 국제사회에서 합의된 표준문안 을 그대로 인용한 것 뿐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김대통령은 이번 방미기간 중 한국은 NMD에 반대하지 않는다 ABM조약 문구는 한러 공동성명에 들어가지 않는 것이 좋았다 등 사과성 발언을 했다.

김대통령의 이번 방미를 위해서는 이정빈()외교부장관이,그리고 뒤이어 외교 비선인 임동원()국정원장까지 워싱턴에 가 한국정부의 대북정책을 설명하며 정상회담을 위한 사전 의견조율 작업을 했다. 그러나 지금와서 보면 부시행정부 고위인사들과 공조관계를 확인했다고 한 이장관이나 임원장이 무엇을 사전 조율했는지 의심스러울 정도다.

대통령이 외국을 방문하면서 이번처럼 정책을 번복하고 사과성 발언 을 한 경우는 없었다. 사전 준비가 전혀 안됐든지, 아니면 부시행정부를 무조건 밀어 붙이면 된다는 단순한 생각때문이었는지는 모르겠으나 엄청난 외교적 실책을 저지른 것만은 틀림없다. 냉엄한 반성과 함께 그에 대한 철저한 문책이 있어야 할 것이다.

@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