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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버공간의 해적' 와레즈

Posted March. 12, 2001 18: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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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의 철학은 정보공유 아닙니까? 와레즈는 이 정신에 가장 들어맞는 네티즌의 자율운동입니다.(와레즈 보호사이트 잇바이닷컴 운영자)

와레즈사이트는 지적재산권을 침해하는 암적인 존재입니다.이를 퇴치하기 위해 총력을 다할 겁니다.(마이크로소프트코리아 관계자)

와레즈사이트로 인터넷이 뜨겁다. 와레즈는 사이버세상의 복마전. 일명 야동(야한 동영상),디아블로2 킹덤언더파이어 같은 불법 게임소프트웨어, 일본 애니메이션, 유명 가수들의 MP3파일 등을 주고받는 곳. 심지어는 현재 개봉관에서 상영중인 왓위민원트, 패밀리맨, 도쿄맑음 등도 올라있다.

하지만 업계로서는 분명 골칫거리. 어떤 게임 개발업체는 와레즈 때문에 국내매출이 외국 판매의 10분의 1 정도에 그쳐 국내 시장을 포기할 지경에 이르렀다.

와레즈 실태

와레즈는 전 세계적 현상이다. 한국이 특히 발달했다. 은밀히 공유하는 와레즈의 특성상 관련 사이트가 정확히 몇 개인지 공식적인 조사결과는 없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국내에만 적어도 수천개의 와레즈 사이트가 있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검색엔진 엠파스에서 와레즈라는 검색어를 치면 무려 1400개 정도의 와레즈 관련 사이트가 뜬다. 이밖에 와레즈라고 부를 수 있는 사이트가 하루에도 수백개씩 생기고 없어지고 있다.

국내 와레즈 중 가장 유명한 곳은 해적(www.haejuk.co.kr). 소프트웨어, MP3 파일, 애니메이션, 영화, 성인물과 관련된 자료들이 연결돼 있다. 날개달기(www.korean21.cc), 쿨타운(www.cooltown.co.kr)이 비교적 많이 알려졌고 음악 파일 전문 와레즈로 오랜지랜드(i.am/orangeland) 등도 유명한 와레즈.

와레즈의 그림자

와레즈로 인해 직접 피해를 보는 쪽은 소프트웨어 개발사들. 몇 년간 힘들여 개발한 소프트웨어가 와레즈 사이트에 올려지면 상대적으로 매출액은 급감하기 마련이다. 웹 저작도구를 만드는 나모인터랙티브의 경우 한 제품을 개발하는데 대략 50억원 정도의 개발비가 든다. 하지만 이 회사 제품의 70%는 와레즈를 통한 불법복제물이라고 나모측은 추정한다. 이로 인한 피해액은 400억원을 넘는다는 주장. 이밖에 타프시스템, 위자드소프트, 소프트맥스 등의 게임 회사들은 최소한 정품의 5배 정도가 와레즈 등을 통해 불법유통되고 있다고 보고 있다.

정보통신부 등 정부당국은 와레즈 사이트로 인한 소프트웨어 불법복제의 심각성을 어느 정도 알고 있지만 뚜렷한 대책을 세우지 못하고 있다. 프로그램심의워원회 강석주 정보사업과장은 단속할 수 있는 마땅한 관련법규도 없을 뿐더러 단속해도 여기 저기서 다시 만들어지는 와레즈의 속성 때문에 손을 쓸 수가 없다고 말했다.

와레즈에 대한 찬성론

와레즈 찬성 사이트 잇바이닷컴의 운영자는 와레즈가 없었다면 인터넷 기술 발전이나 국내 컴퓨터 발전이 가능했겠느냐면서 지금까지의 정보기술 발전은 와레즈를 통해 많은 사람들이 여러 가지 프로그램을 공유하며 접했기 때문에 가능했다고 주장했다.

*와레즈

What is it을 줄인 말로 원하는 정보를 무엇이든 주겠다는 의미. 인터넷 채팅에서 쓰이던 속어지만 지금은 불법소프트웨어 다운로드 사이트를 지칭하는 대명사가 됐다. 와레즈는 통상 네티즌 한명이 개인 홈페이지처럼 만들어 불법 복제된 소프트웨어 등을 올려놓고 다른 와레즈사이트들을 연결하는 방식으로 운영된다.따라서 와레즈는 서로 연결되면서 기하급수적으로 늘고 있다.



김광현 kkh@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