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6년 우리나라의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가입문제를 놓고 정부여당과 야당간에 줄다리기가 팽팽했다. 당시 김영삼()정부는 한국도 이 기구에 들만큼 선진화됐다며 가입을 서둘렀고 야당은 시기상조라며 반대했다. 야당은 빨리 가입한다고 선진국이 되고 늦춘다고 후진국이 되는 것이 아니다고 국회 비준동의안 처리에 애를 먹였다. 하지만 결국 29번째로 가입했다. 당시 김대통령과 정부여당 사람들은 마치 선진국이 다 된 것처럼 우쭐댔다.
한국에 이어 지난해 12월 슬로바키아가 가입하면서 OECD회원국은 모두 30개국이 됐다. 회원국 전체 인구는 전 세계 인구의 18%에 불과하나 국민총생산(GNP)은 전 세계의 85%수준이다. 1인당 GNP는 2만달러 정도. 대부분이 개방된 시장경제와 다원적 민주주의를 추구하는 부자나라고 삶의 질도 그만큼 높다. 그러나 한국 터키 그리스 멕시코 등 몇몇 나라는 여러 분야에서 아직 OECD 평균에 못 미친다.
요즘 특정 분야에서 한국이 과연 OECD국가 중 몇 위()쯤 되느냐 하는 보도가 자주 등장한다. 많은 분야에서 나쁜 것은 상위, 좋은 것은 꼴찌로 나와 우리 기분을 우울하게 한다. 어제 한 보도에 따르면 한국의 비정규직근로자 비율이 OECD국가 중 최고인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달 하순에는 성인 재교육률과 대학교수의 연구실적이 꼴찌고, 결핵사망률이 최고라는 보도가 있었다. 이 밖에도 요 몇 달 새 대기오염률, 노동시간, 자동차 1만대당 사망자수(최고), 대졸여성 경제활동참가율, 인터넷보안, 초중생의 학습의욕(꼴찌) 등과 관련된 보도가 있었다.
이 시점에서 OECD가입의 득실()에 대해 딱 부러지게 말하기는 힘들다. 선진경제질서에 그만큼 가까이 갔다는 등 긍정적인 면도 있고 외환위기를 부른 여러 원인 중 하나라는 부정적인 면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한국이 아직도 여러 부문에서 부족한 점이 많다는 것을 확인해가고 있다는 점에서 자극제로 작용하고 있다는 역설적인 생각을 해본다. 병()도 여러 사람에게 자주 알려야 결국 낫는다는 속담을 여기에 비유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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