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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휴대폰업체에 마늘장사 하라니

Posted April. 13, 2001 19: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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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과의 마늘분쟁이 재연됐다. 그 와중에 엉뚱하게도 정부가 중국에 휴대전화기와 폴리에틸렌을 수출하는 업체에 마늘을 수입하라는 황당한 요구를 하기까지 이르렀다. 한 마디로 정부의 발상은 유치하기 짝이 없다. 중국과의 마늘분쟁은 기본적으로 작년 총선을 앞두고 정치권이 농촌표를 의식해 중국산 마늘에 긴급관세 315%를 부과하면서 비롯됐다. 정치논리가 경제논리를 지배하면서 일이 꼬이기 시작한 것이다. 당시 정부는 중국측이 강력하게 항의하자 관세를 환원시키고 3만2000톤을 수입해 주기로 합의했는데 중국이 합의를 악용해 가격을 올리는 바람에 민간수입업체가 그 약속을 지키지 못해 이번에 다시 분쟁이 생긴 것이다.

이번 사태와 관련, 우리는 우선 중국측의 태도를 개탄하지 않을 수 없다. 세계무역기구 가입을 희망하는 나라가 국제 교역관행을 무시하고 툭하면 특정제품의 수입금지를 협박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특히 한국이 수입물량을 약속했다는 점을 악용해 수출 마늘가격을 터무니없게 올린 행위는 비난받아 마땅하다. 작년 중국과의 교섭때 지나치게 서두른 나머지 가격에 대한 단서조항을 넣지 않았던 것은 우리 정부의 실수이자 대외협상력의 한계를 보여주는 사례다. 중국이 수출가격을 차별화할 경우 마늘수입을 중지할 수 있도록 단서조항을 넣었어야 했다. 첫단추를 잘못 꿴 결과가 두고 두고 말썽을 부리게 됐다. 더 가관인 것은 가격이 비싸 민간 마늘수입업체가 수입을 포기하자 정부가 나서서 휴대전화와 폴리에틸렌을 중국에 수출하는 업체에 마늘수입을 요구하고 나선 일이다. 왜 전자, 화학업체들이 마늘을 수입해야 한단 말인가. 대중국수출 수혜업체이기 때문이라면 앞으로 미국에 반도체를 수출해 돈을 버는 회사에게는 의무적으로 미제 승용차를 수입하라는 지시가 나올지도 모르는 일이다.

지금이라도 정부는 중국과의 마늘분쟁에서 잘못된 물꼬를 돌리는 노력을 해야 한다. 중국과 협상을 다시 해 가격안정 장치를 두어야 하며 이미 약속한 물량범위 내에서 수입에 따르는 손실이 발생한다면 그건 엉뚱한 민간기업에 전가하기 보다 그 만큼을 중국에 불이익으로 돌려줘야 한다. 아무리 중국과의 교역에서 흑자를 내고 있다고 해도 그들의 무리한 요구에 끌려만 다녀서는 안된다. 단기적인 고통이 따르더라도 국제관행을 준수하면서 의연한 자세를 보여줄 때 양국 교역관계는 정상화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