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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부적절한 경찰대 동문회 성명

Posted April. 20, 2001 17: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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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의 대우자동차 노동조합 시위 과잉진압 이후 벌어진 일련의 사태에 대해 경찰대 총동문회가 낸 성명이 시빗거리로 등장했다. 이무영()경찰청장의 경질설이 나도는 가운데 그를 옹호하면서, 과잉진압에 대한 여론의 비판을 경찰 흔들기 로 인식하는 듯한 표현이 들어있기 때문이다. 결론부터 말해 우리는 경찰대 동문회가 그런 성명을 낸 것은 사려깊지 못했다고 본다. 사태의 해결에 아무 도움이 되지 않으며 오히려 경찰에 대한 불신을 더욱 가중시켰다고 생각한다. 또 경찰내 엘리트를 자처하는 경찰대 동문회 이름으로 성명을 냄으로서 조직 내부의 분파현상도 빚지않을까 우려된다.

동문회는 성명 머리에 과도한 물리력 행사에 대한 국민의 질타와 염려를 겸허히 수용, 반성하겠다 고 밝혔다. 그러나 전체적 문맥은 반성과 거리가 있어 보인다. 곧 이어 사회전반의 경찰 흔들기 는 일선 근무자의 사기를 저하시킨다 고 입장을 밝혀 과잉진압에 대한 비판이 경찰 흔들기 차원이라는 인식선상에 서 있음을 보였기 때문이다.

놀라운 것은 이번 사건을 정략적으로 이용하려는 어떤 움직임도 단호히 거부한다 고 밝힌 부분이다. 국민의 공분을 산 시위 폭력진압과 관련, 경찰 책임자의 퇴진요구 등은 민주사회에선 당연히 있을 수 있는 주장인데도 그걸 정략 이라고 몰아세우는 듯한 입장을 취했다. 그러면서 경찰청장을 중심으로 국민의 권익과 인권보호를 위해 경찰개혁을 추진하겠다 고 했으니 청장을 건드리지 말라는 압력을 넣은 것과 진배 없다. 야당은 물론 여당내에서도 대우사태의 해결을 위해 경찰청장에 대한 문책 등 특단조치를 요구하는 판에 현직 경찰간부들이 특정학맥으로 뭉쳐 상관을 옹호하고 나섰으니 이야말로 정략 이 아닌지 모르겠다.

여권 일각의 우려처럼 이번 사태로 경찰총수를 경질하면 경찰 사기가 떨어지고 불법시위 진압도 더 힘들어질지 모른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경찰이 끼리끼리 뭉쳐 조직적으로 여론에 반발하는 모습을 보여서는 안된다. 정부의 정책적 판단에 앞서 경찰마저 집단행동으로 자신의 목소리를 관철하려든다면 공권력의 영()은 걷잡을 수 없는 지경에 이르게된다. 이경찰청장은 대우 과잉진압에 대한 사과와 별도로 경찰대 동문회의 집단행동에 대해서도 입장표명을 해야 옳다. 그래야만 여론의 비판이나 인사 등에 대한 경찰의 부적절한 집단행동이 더이상 일어나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