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월드컵 경기가 남긴 가장 강렬한 이미지는 축구 자체가 아니라 한국민들이었으며, 그들은 승리를 거듭할수록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단결되고 자신감에 넘쳤다고 뉴욕타임스가 지난달 30일 보도했다.
이 신문은 한국의 일부 지식인들은 공산주의를 나타내는 붉은 옷을 입은 수만명의 인파가 한 장소에서 응원을 하는 것이 전제주의 국가와 같은 느낌을 주는 것이 아니냐는 의문을 제기했으나 한국민들은 응원은 응원이며, 전폭적인 지지와 단합과 자부심의 표현일 뿐이라는 반응을 보였다고 전했다.
1988년 서울올림픽 때는 오랜 기간의 군사독재에서 벗어난 지 얼마 안된 시점이어서 그랬는지 한국민들은 예상외의 좋은 성적을 얻었음에도 불구하고 감정을 자제했으나 민주화가 진전되고 스포츠 팬 집단이 형성되면서 뜨거운 정열이 유감 없이 분출됐다고 이 신문은 지적했다.
이 신문은 특히 붉은 악마들의 열광적인 응원과 승리 축하 행사에 폭력이나 소란스러운 행위가 없었다며 이는 축구판 벨벳 혁명(체코의 무혈 민주화 혁명)이라고 높게 평가했다.
또 부산의 한 택시운전사는 외국인 승객을 경기장으로 안내한 뒤 기다렸다가 경기가 끝난 뒤 호텔로 데려다 주었고, 다음날 공항으로 갈 때는 아침식사를 위해 차를 세우고 기다리기도 하는 등 외국인에게 친절을 베푸는 장면이 여러 곳에서 목격됐다고 소개했다.
홍권희 koniho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