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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유로1달러 임박 유럽수출 기회

Posted July. 03, 2002 2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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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 12개국 단일통화인 유로화의 가치가 급상승하면서 한국경제에도 서서히 파장을 미치고 있다.

유로화는 2일 오후(도쿄 및 홍콩시장) 유로당 0.9845달러로 심리적 지지선인 1유로1달러를 가까스로 지켰다. 그러나 지난달 28일 뉴욕 외환시장에서 장중 0.9988달러까지 치솟아 곧 1달러 지지선이 무너질 것으로 전문가들은 내다보고 있다.

최근의 유로화 강세는 유럽경제의 호조보다는 달러화 약세의 반작용이란 측면이 강하다. 미국의 경기회복이 더디게 진행되는 데다 엔론사태에서 월드컴의 회계분식에 이르기까지 잇달아 악재가 터지면서 미국 자본시장의 매력이 크게 떨어진 탓이다.

국제금융센터 김동완() 팀장은 1달러1유로선 돌파는 시간문제라며 국제금융시장은 유로화 강세가 어디까지 이어질지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고 말했다.

최종구() 재정경제부 외화자금과장도 유로화 지폐 및 동전이 올 1월부터 실제 통용되면서 인기가 치솟는 면도 있다고 분석하고 유럽 통화당국이 유로화 가치를 자존심의 척도로 판단하고 있어 당분간 상승세를 유지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유로화 인기는 채권발행액에서도 나타난다. 일본의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최근 올 24분기(46월) 유로표시 채권 발행액이 전체 채권 발행액에서 차지한 비중이 47%로 달러표시 채권 발행액보다 6%포인트 높았다고 보도했다. 투자가들이 달러화 약세를 우려해 유로표시 자산운용을 늘린 때문이다.

유로화 강세는 1000억달러 규모의 엄청난 외화자산(달러 엔 유로 금 등)을 굴리는 한국은행에도 미묘한 파장을 미치고 있다.

김웅배() 한국은행 외화자금국장은 유로화 가치가 급등하면서 한은의 자산운용도 유로화 비중을 늘리는 쪽으로 이미 조정을 시작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시중은행들은 유로자산 비중이 극히 낮아 최근 유로화 급등세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

대외거래가 빈번한 대기업들은 유로화 추이를 주시하며 득실을 따지고 있다. LG화학 김홍기 부장은 장기적으로 유로화가 강세를 지속하면 유럽 지역의 구매력이 향상돼 수출시장이 커지는 효과를 가져올 것이라고 내다봤다.

해외 주문이 밀린 현대자동차는 전략적으로 수출물량을 나눠 환차익을 극대화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약세통화인 달러로 결제하는 미주 수출물량을 줄이고 강세통화인 유로로 수출대금을 지불하는 유럽시장에 물량을 우선 배정한다는 전략이다.

그러나 달러화 결제 비중이 압도적으로 큰 대기업은 유로화 강세의 이득보다는 달러화 약세에 따른 손실에 더 신경을 쓰고 있다. 대한항공 관계자는 전체 수입에서 유럽이 차지하는 비중이 아직 4, 5%에 불과하다며 달러화 약세에 신경을 더 쓸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박래정 ecopar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