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 대통령후보 비서실장인 김무성() 의원이 대통령 유고()를 언급하고 여성을 비하하는 듯한 발언을 한 것은 참으로 사려 깊지 못한 일이다. 어떻게 할말 안할말도 구별 못하는 사람이 후보 비서실장이 될 수 있는지 자질을 의심케 한다.
김 의원은 12일 장상() 신임 국무총리서리에 관한 얘기를 하다 미국정보기관을 거론하며 최근 들어 대통령 유고 가능성이 심심찮게 흘러나오고 있다. 이때는 여성총리가 군통수권 등 모든 것을 행사해야 하는데 그런 중책을 수행할 수 있겠느냐고 말했다.
파문이 커지자 김 의원은 사과했지만 이번 일은 그런 식으로 가볍게 넘어 갈 사안이 아니다. 총리서리의 자질문제는 거론할 수 있지만 여기에 검증되지도 않은 국가원수의 건강문제를 연결시킨 것은 무책임한 일이다. 자칫 국가적 혼란을 몰고 올 수 있는 그런 발언을 제1당의 대통령 후보 비서실장이 언급했다는 것이 믿어지지 않는다.
특히 김 의원의 발언에 담긴 여성비하의식은 비난받아 마땅하다. 김 의원의 언급대로라면 여성은 결코 대통령이나 총리가 돼서는 안 된다는 것인데 이는 여성전체에 대한 모독이다. 굳이 여성으로서 이미 여러 사람이 대통령 총리에 오른 외국의 경우를 들지 않더라도 이는 시대흐름을 외면하는 것이다. 겉으로 여성의 사회진출을 위해 적극 노력하겠다고 해온 한나라당의 속생각이 바로 그런 것이란 말인가.
그렇지 않아도 한나라당이 지방정부와 국회를 장악하면서 일부의원들의 오만한 언동이 계속 문제가 되어 왔다. 이런 마당에 후보 비서실장까지 나서 신중하지 못한 행동을 하고 있으니 우리는 그 발언이 혹시 이회창() 후보의 뜻은 아닌지 묻고 싶다.
정치인이 불쑥불쑥 내던지는 고약한 발언은 상대당을 자극해 악순환으로 이어진다. 이로 인해 정치는 점점 더 갈등 불화 긴장을 일으키고 국민의 정치혐오증은 그만큼 커질 수밖에 없다. 당차원의 사과와 적절한 후속조치가 있기 바란다.
송영언 youngeo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