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가족인데 함께 살기는커녕 한국에서 만날 수도 없다니 말이 됩니까?
한국인과 재혼한 40대 조선족 여인이 중국에 남겨두고 온 아들의 입국 허가를 받아내기 위해 법무부를 상대로 힘겨운 소송을 벌이고 있다.
중국 국적의 장모씨(45여)는 98년 한국인 총각 박모씨(43)와 재혼해 한국에 귀화했다.
한국 생활에 익숙해진 장씨는 중국인 전 남편과의 사이에서 낳은 두 아들(22, 13세)이 마음에 걸리기 시작했다. 전 남편이 아이들을 학대해온 사실도 장씨를 괴롭혔다. 장씨의 고민을 지켜보던 박씨는 논의 끝에 두 아들을 입양해 자신의 호적에 올렸다.
장씨는 이를 근거로 지난해 법무부에 아들들의 입국을 허락해달라는 편지를 보냈다. 그러나 장남은 이미 성년이어서 자립이 가능하고 차남도 아버지와 함께 살고 있어 한국에서 양육할 필요가 없다는 답변을 받았다.
장씨는 지난해 말 아들에 대한 입국 불허가 처분을 취소해 달라며 행정소송을 냈다. 그러나 서울행정법원은 정식 절차를 밟지 않았다며 사건을 각하했다. 초청인 자격으로 대상자의 입국에 필요한 사증발급 인정서를 신청하지 않았다는 게 이유였다.
장씨는 사증발급 인정서를 신청했지만 법무부는 중국인 자녀 입국허용 심사 기준 규정상 20세가 넘은 장남은 입국이 허용되지 않는다는 설명만 되풀이했다.
우여곡절 끝에 둘째아들을 한국으로 데려올 수 있게 된 장씨는 장남을 혼자 떼어놓고 살 수 없다며 이달 초 서울고법에 항소했다. 변호사 선임도 할 수 없는 형편 때문에 자정이 넘도록 식당일을 하는 틈틈이 소송 답변서도 직접 쓰고 법정에도 나가고 있다. 장씨는 보고 싶다는 아들의 편지를 받을 때마다 마음이 아프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그러나 법무부 관계자는 조선족 등이 결혼과 입양을 입국 수단으로 삼아 불법체류하는 경우가 많아 통제가 불가피하다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법조인들은 이 같은 처분이 행정편의주의적 발상에서 나온 것으로 특정 민족을 차별하는 결과를 낳고 있다고 지적한다. 배금자() 변호사는 나이가 많다는 이유만으로 입양한 자녀의 입국을 허락하지 않는 나라는 없다며 사후 조사 등을 통해 위장 입양 여부를 밝히는 것이 아니라 중국인이라는 이유로 가족과의 만남 자체를 막는 것은 인권침해의 소지가 있다고 말했다.
이정은 lighte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