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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다시 총리서리, 철저히 검증하라

Posted August. 09, 2002 22: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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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대중() 대통령이 다시 총리서리를 지명한 것은 우리를 혼란스럽게 한다. 오랜 관행이라고 하지만 본란에서도 이미 여러 차례 지적했듯이 총리서리제는 위헌 소지가 있는 만큼 이번에는 피했어야 옳다. 달리 길이 없었던 것도 아닌데 총리서리제를 굳이 고집한 것은 아무래도 김 대통령의 경직된 대응인 듯싶다.

50세의 젊은 경영인을 총리서리로 지명한 것도 의외였다. 50세 총리서리는 여성 총리서리 못지않게 파격()인 때문이다. 연이은 파격인사는 임기 말 안팎으로 한계에 부닥친 김 대통령의 절박감에서 비롯된 게 아닌가 우려되기도 한다.

물론 장대환() 신임 총리서리의 나이 자체는 문제가 될 수 없다. 그러나 행정 각 부를 통할하는 총리서리가 현직 장관 누구보다 젊은 것은 한국적 풍토에선 고려해 볼 측면이 없지 않은 것도 사실이다. 장 총리서리는 국정 경험이 전무하다. 국회 인준을 받는다 하더라도 6개월 총리에 지나지 않아 업무를 익히고 경험을 쌓을 시간도 많지 않다.

반면 권력누수 심화로 공직사회가 크게 동요하고 있는 지금은 총리의 행정 장악력이 긴요한 시점이다. 또 우리 사회의 각종 갈등이 한꺼번에 표출되는 대통령선거철엔 총리의 조정력이 중요하다. 특히 김 대통령이 민주당을 탈당한 데다 한나라당이 원내 과반수 의석을 확보하고 있는 상황에서는 총리가 정치권을 설득할 수 있는 정치력도 갖출 필요가 있다.

인사청문회를 통해 이런 능력을 갖추고 있는지가 드러나야 한다. 청문회가 더 이상 정치 공방 차원의 의혹 검증에 그쳐서는 안 된다. 청문회의 올바른 정착을 위해서도 이번에는 보다 체계적인 검증이 이뤄져야 한다.

정치권이 벌써부터 총리 인준을 해줄 것인지 말 것인지 얘기할 필요는 없다. 인준 여부를 놓고 당파적 이해나 득실 계산을 해서는 더욱 안 된다. 청문회를 거친 뒤 순수하게 자질과 능력을 보고 인준 여부를 결정하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