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난히 입술이 마르거나 손을 떠는 사람, 목소리가 굳어 있거나 상대방의 눈을 바로 보지 못하는 사람. 이처럼 부자연스러운 행동을 하는 사람들은 앞으로 미국 공항에서 집중적인 검문검색을 당하게 될 것 같다.
월스트리트저널은 미 연방수사국(FBI)이 테러 예방차원에서 신입 요원들에게 공항이용객들의 의심쩍은 거동을 과학적으로 분석하는 교과 과정을 가르치고 있다며 15일 이같이 보도했다. 신문은 이미 1일부터 매사추세츠주 경찰 200여명이 보스턴 로건공항에서 이 같은 방법으로 검문검색을 실시하는 현장 훈련에 돌입했다고 전했다.
지난해 창설된 미 연방교통안전국(TSA)도 이에 적극 호응하고 있어 표정 검문은 조만간 미국 전역으로 확산될 전망이다.
순간적인 표정을 포착, 심리 상태를 파악하는 표정코딩시스템(FACS)을 개발한 캘리포니아주립 샌프란시스코대(UCSF)의 폴 에크먼 박사는 0.2초 정도의 짧은 순간에 나타나는 표정을 통해 상대방의 심리 상태를 정확히 알아낼 수 있다며 감정 변화에 따라 움직이는 안면 근육을 뇌에서 통제하기란 매우 어렵다고 설명했다.
70년대 이후부터 이 같은 검문검색을 실시해온 이스라엘 국영 엘알항공사는 그 이후로 여객기 피랍 등 사고를 당한 적이 한번도 없었다고 신문은 덧붙였다. 그러나 표정 검문에 대해서는 인권과 사생활을 침해한다는 미국 내 반대여론도 만만찮다.
김정안 cred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