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일 북-러 정상회담으로 사실상의 대미()를 장식한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의 러시아 극동지역 방문은 경제협력 문제에 초점이 맞춰졌다.
물론 북한의 대외정책 조율도 관심사였다. 최근 남북대화 및 북-일, 북-미대화 재개에 적극 나서고 있는 김 위원장은 러시아 관계자들에게 지지와 조언을 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크렘린 사정에 밝은 한 외교소식통은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이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의 악의 축 발언 등에도 불구하고 러시아가 친()서방정책을 계속하고 있는 배경까지 설명하면서 보다 적극적으로 대외개방에 나서라고 김 위원장에게 권고한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그러나 이러한 논의도 그 배경에는 북한의 경제재건 문제가 깔려 있다. 실제로 지난해 방문과 달리 안보와 군사 문제를 제쳐두고 경제 현안을 우선시하는 김 위원장의 태도가 곳곳에서 감지됐다.
김 위원장은 김영춘 인민군 총참모장 등 군 인사를 대동했지만 군사협력과 관련된 일정은 거의 없었다.
의전행사인 극동군관구 사령부 방문을 제외하면 전투기를 생산하는 콤소몰스크 항공기제작소(KNAAPO) 방문이 유일했다.
김 위원장은 태평양함대 사령부 방문과 미사일 순양함인 마샬샤포스니코프 승선 계획을 취소하면서도 항만시설과 쇼핑센터 제빵공장 제약공장 케이블공장 방문 등 경제 관련 일정은 빼놓지 않았다.
김 위원장은 극동지역 지도자들과의 면담에서도 경제 문제를 주로 논의했다. 세르게이 다리킨 연해주 지사는 김 위원장이 외국의 경제문제에 특히 관심이 많았다고 말했다.
러시아의 알렉세이 쿠드린 경제부총리 겸 재무장관, 게르만 그레프 경제개발통상장관, 세르게이 프랑크 교통장관, 겐나디 파데예프 철도장관과 북한의 박남기 국가계획위원장, 김용삼 철도상 등 양측 수행원의 면면도 이를 뒷받침한다.
경제협력과 관련해 가장 큰 의제는 한반도종단철도(TKR)와 시베리아횡단철도(TSR)의 연결 사업이었다. 특히 푸틴 대통령이 정상회담에서 이를 최우선 의제로 내세우는 등 적극적인 자세를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푸틴 대통령은 정상회담에 앞서 극동경제개발 회의를 주재하는 자리에서도 철도연결 사업 추진이 실패해 KSR가 중국철도와 연결될 경우 러시아는 유럽과 러시아를 잇는 물류흐름과 단절돼 연간 수억달러의 손해를 입을 것이라며 사업 추진을 독려했다.
김기현 kimkih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