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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향한 열정 '인간승리' 일궜다

Posted October. 05, 2002 0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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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쪽 눈만으로도 체조를 할 수 있을까. 그러고도 아시아 정상의 자리에 오를 수 있을까. 도저히 불가능해 보이는 이 일을 김동화(26울산중구청)가 해냈다. 최악의 조건에서 불굴의 의지와 끝없는 노력으로 일궈낸 인간승리다.

4일 부산 사직실내체육관에서 벌어진 부산아시아경기대회 체조 남자 링 종목 결승에서 김동화는 십자버티기와 몸펴 수평버티기 등의 고난도 기술을 흔들림 없이 구사하며 9.8점을 받아 중국의 후앙주와 나란히 정상에 올랐다. 이로써 김동화는 전날 28년 만에 따낸 아시아경기 개인종합 은메달에 이어 이번 대회에서 금 1, 은 1개를 목에 걸었다.

김동화는 선천적 약시로 오른쪽 눈이 거의 보이지 않는다. 콘택트렌즈를 끼어도 시력이 0.1 정도에 불과하다. 균형감각이 필수인 체조선수에게 한쪽 눈이 잘 보이지 않는다는 것은 치명적인 약점. 한쪽 눈만으로는 번개 같은 순간에 이루어지는 거리 및 각도 측정이 어렵기 때문이다.

특히 공중동작을 마치고 착지할 때가 문제. 균형을 잡기 어려워 감점요인이 되고 부상의 위험까지 안고 있다.

그는 이 같은 핸디캡을 끊임없는 훈련으로 극복했다. 자신의 착지 모습을 반복해 머릿속에 그리는 이미지 트레이닝이 큰 힘이 됐다. 한윤수 대표팀 코치는 하루 7, 8시간을 착지훈련으로 보냈다. 심리적인 문제를 극복하는 것이 가장 큰 과제였다고 털어놨다.

그를 괴롭힌 것은 눈만이 아니었다. 지난해 11월 벨기에에서 열린 세계선수권대회에서는 링 연기 도중 오른쪽 이두박근이 파열되는 바람에 6시간 넘게 걸리는 큰 수술을 받아야 했다. 오른팔의 통증은 아직도 그를 괴롭혀 대회 개막 직전까지 약을 먹어야 했다. 그 뿐이 아니었다. 고교 2년 때는 손목 골절로 골반뼈를 이식하는 수술을 받았다.

이 바람에 그는 늘 이주형 여홍철 등 쟁쟁한 선배들에 가려 이렇다 할 성적을 내지 못했다.

98년 방콕대회 마루운동에서 은메달을 딴 것이 고작. 그러나 어려울 때마다 오뚝이처럼 다시 일어나 플로어에 섰던 그는 드디어 이번 대회에서 국제대회 첫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김동화는 내가 힘들어 할 때마다 용기를 불어넣어 주신 부모님께 모든 영광을 돌린다. 친구인 북한의 김현일과 함께 우승에 더욱 기쁘다며 눈물을 글썽였다.

스물여섯살이면 체조선수로는 거의 끝물이지만 그는 2년 뒤 아테네올림픽 정상 도전을 꿈꾸고 있다. 어두운 터널을 빠져나온 김동화에게 이번 대회 금메달은 단지 시작일 뿐이다.



이원홍 bluesk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