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 제가 노벨상을요?
일본 교토()의 정밀기기제작회사인 시마즈 제작소의 분석계측사업부 연구원인 다나카 고이치(43)는 9일 오후 6시15분경 난데없는 국제전화에 깜짝 놀랐다. 퇴근 준비로 부산한 동료들도 아랑곳하지 않고 평소처럼 연구에 몰두하고 있었는데 스웨덴의 왕립과학원 관계자가 노벨화학상 공동수상자로 결정됐다고 알려 온 것.
곧이어 회사로 들이닥친 내외신 기자들과의 회견에서도 그는 작업복차림으로 나타나 죄송하다며 대학교수도 아닌 제가 노벨상을 받다니 믿어지지 않는다며 겸연쩍어했다.
역대 노벨화학상 수상자 가운데 박사학위가 없는 사람은 그가 처음. 그는 도쿄대 등 명문대도 아닌 도호쿠대 전기공학과 출신의 학사. 더욱이 화학분야는 회사에 입사해서야 손을 댔다.
무명의 회사원이 노벨화학상을 받게 되자 일본 화학계는 곤혹스러운 표정. 하지만 많은 일본인들은 유방암 전립샘암 등을 조기에 진단할 수 있는 단백질분석법을 개발한 그의 업적을 노벨상 심사위원들이 학맥이나 간판보다 소중하게 판단했다면서 역시 노벨상이라고 입을 모았다.
연구에 몰두하면 머리 감는 것조차 귀찮아 아예 삭발을 하기도 해 괴짜 공부벌레로 불렸던 그의 노벨상 수상에는 우연도 작용했다.
레이저를 이용해 단백질 내용을 분석할 때 시료 상태 그대로 레이저를 쏘면 이온화되어 시료가 흩어지고 만다. 이 때문에 첨가물질이 필요한데 당초 그는 글리세린 혹은 코발트를 첨가물질로 쓰는 시험을 계속했다. 그러던 어느 날 실수로 코발트 위에 글리세린을 떨어뜨리고 말았는데 퍼뜩 혼합해서 실험을 해보자는 생각이 들었다. 콜럼부스의 달걀과도 같은 역발상으로 진행한 새로운 실험의 결과는 대성공이었다.
그의 이름은 그가 개발한 분석법을 독일의 한 화학자가 자신의 논문에 인용, 소개하면서 알려졌다.
그는 83년 4월 시마즈 제작소에 입사해 주로 유전자와 단백질의 분석장치를 개발하는 일을 해 왔다. 교토에 본사를 둔 시마즈 제작소는 1875년 학교 실습용 화학실험기재를 만드는 회사로 출발해 지금은 계측기기와 의료기기, 항공 및 산업용 기기를 제작하고 관련 기술을 개발하는 세계 굴지의 종합정밀기기 제작업체이다.
조헌주 hansch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