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수천정()이라, 사람의 명수는 하늘이 정한다고 했지만 이는 다분히 운명론적 해석인 듯 싶다. 생물학적으로 보면 인간이 본래 살 수 있는 수명은 지금의 평균수명보다 분명히 길어야 한다고 하니까.
18세기 프랑스의 과학자 뷔퐁은 동물의 정상 수명이 평균 성장기간의 6배 정도라는 사실에 근거해 보통 20세까지 성장하는 사람의 경우 수명이 120세는 돼야 한다고 했다. 통계청 사회지표에 따르면 한국인 남자의 평균수명은 72.1세, 여자는 79.5세(2000년 7월 기준)로 10년 전보다 45년이 늘었다고 하나 생물학적으로 보면 아직도 4050년은 덜 살고 가는 셈이다. 아무튼 남한에만도 100세 이상 장수하는 분들이 2200여명(2001년 말 현재)이나 된다고 하니 인간수명 120세가 근거 없는 계산은 아닐 게다.
그런데 북한에서는 지난 8년 사이에 평균수명이 8년이나 줄어들었다고 한다. 엊그제 유엔인권고등판무관실이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1991년 74.5세에 달했던 북한 주민의 평균수명(남자 71세, 여자 77.6세)이 98년에는 66.8세(남자 62.8세, 여자 70.7세)로 떨어졌다. 그 주요 원인이 만성적인 식량난으로 제대로 먹지 못한 탓이라니 실로 안타깝고 기막힌 노릇이 아닌가.
평양정권은 강성대국 선군()정치를 입에 달고 있다. 인민이 굶주려 수명이 단축되는 판에 무슨 강성대국이며 선군정치란 말인가. 그들은 핵무기보다 더 강력한 무기는 인민의 단결력이라고 했다. 이 또한 어이없는 소리다. 배를 주리며 하는 단결이 도대체 누구를, 무엇을 위한 단결인가. 봉건적 스탈린체제와 그 체제를 끌어가는 소수 권력엘리트를 위한 단결일진대 이는 결코 용납될 수 없는 일이다.
평양정권은 핵개발은 북-미간의 문제일 뿐이라고 둘러댄다. 미국의 위협으로부터 체제를 유지하기 위한 방편이라고 강변한다. 그러나 주민이 굶주려 제 명()도 다 못하는 체제라면 유지할 명분이 없다. 평양정권은 그들만의 체제 유지를 위해 북한 인민을, 나아가 남한 국민을 포함한 모든 민족구성원을 핵의 볼모로 삼고 있을 뿐이다. 그들의 핵개발이 반드시 수명을 다해야 하는 이유다. 핵개발할 돈이 있으면 주민의 배부터 채워주는 것이 마땅하다. 인민의 수명부터 늘려주는 것이 정권의 도리다. 그렇게 하는 게 그동안 북의 동포를 생각하고 도울 수 있는 한 도와주려 한 남한 국민의 선의()에 답하는 길이다. 그러자면 핵개발에서 당장 손을 떼야 한다.
전진우 논설위원 youngj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