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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연합 어디로

Posted October. 30, 2002 22: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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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연합(EU)은 앞으로 50년 동안 어떤 모습으로 어떻게 운영될 것인가.

내년 6월을 시한으로 최근 막을 올린 EU의 미래 설계작업이 난산을 겪고 있다. 회원국들 간 농업보조금 개혁 문제를 둘러싸고 이미 영국과 프랑스가 충돌한 데 이어 최근 EU 헌법 초안이 공개되면서 심각한 내홍() 양상마저 보이고 있다.

10개 동유럽 국가들을 새 회원국으로 받아들이기로 함으로써 동진()전략은 일단 첫 단추를 끼웠지만 신규 가입국들로 인해 회원국들간에 국력차가 더 벌어질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나머지 단추를 끼우는 일이 쉽지는 않아 보인다. 여기에다 유럽의 주도권을 잡으려는 영국 프랑스 독일 간의 경쟁까지 가세해 이제껏 다져온 연대마저 흔들리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영국, 배신당했다가장 큰 파열음은 농업보조금 개혁안을 두고 터져나왔다. 현재 유럽 공동농업정책(CAP)에 따라 EU 한 해 예산의 절반에 맞먹는 420억유로(약 52조원)가 농업부문 보조금으로 빠져나가고 있다. 공업기반이 강한 독일 영국 스웨덴 네덜란드 등이 주로 내고 농업국인 프랑스 등이 혜택을 받는 구조다. 영국은 2004년 새로 들어올 식구들 대부분이 농업국인 만큼 동진보다 CAP개혁이 선행돼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여 왔다.

그러나 24일 브뤼셀 유럽정상회의에 참석한 토니 블레어 영국총리는 자크 시라크 프랑스대통령과 게르하르트 슈뢰더 독일총리가 상한을 정하는 조건하에 보조금정책은 유지하기로 담합한 것을 뒤늦게 알고선 분통을 터뜨렸다. 기대에 못 미치는 개혁안에 마지못해 도장을 찍은 블레어 총리는 정상회담에서 가시 돋친 비난을 가했고 급기야 감정이 상한 시라크 대통령은 한바탕 설전을 벌인 뒤 연말로 예정된 연례 양국 정상회담을 취소해버렸다.

소국들, 누구를 위한 대통령인가 28일 공개된 헌법 초안은 EU라는 현 명칭을 유럽합중국(United States of Europe) 또는 연합유럽(United Europe)으로 변경 각국 의회의원과 유럽의회 의원으로 구성된 유럽 국민회의 창설 유럽대통령제 신설 등을 제안했다.

이 중 가장 논란이 된 부분이 대통령제 신설. 초안은 6개월마다 회원국이 돌아가며 의장국을 맡는 현 시스템이 정책의 일관성을 해치고 대표성이 약하다는 이유를 들었다.

대통령제 신설은 지스카르 데스탱 전 프랑스대통령이 아이디어를 냈고 영국 스페인 등 대국들이 거드는 형국이다. 독일은 EU 집행위에서의 권한 강화를 조건부로 찬성하는 입장.

그러나 벨기에 네덜란드 등은 소국들의 권익을 보호받기 어렵다며 불만이다. 현 의장국인 덴마크의 포울 라스무센 총리는 EU는 회원국간 평등이란 대원칙을 바탕으로 탄생한 것임을 잊어선 안 된다고 경고했다.

기타 문제들유럽합중국 명칭도 간단한 문제가 아니다. 회원국들이 독립성을 보장받는 현재의 느슨한 경제연합체에서 한 단계 나아가 미국처럼 연방제 형태의 초대형 국가로 발전할 수도 있기 때문. 이렇게 되면 그동안 유엔안보리 상임이사국으로서 국제관계에서 개별적으로 영향력을 발휘해 온 영국과 프랑스의 처지가 애매해질 수 있다.



박래정 ecopar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