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전자(현 하이닉스반도체)가 2000년 5월 영국 현지 반도체공장을 판 매각대금 중 1억달러(약 1259억7000만원)를 중동의 한 유령회사로 빼돌려 대북 뒷거래 등에 사용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한나라당 이주영() 의원은 31일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에서 대정부 질의를 통해 현대전자는 2000년 5월 유동성 위기에 몰리자 영국 현지 반도체공장인 현대전자스코틀랜드(HES)를 모토로라사에 1억6200만달러에 팔아 이중 1억달러를 중동의 실체가 없는 페이퍼 컴퍼니(가공회사)인 현대알카파지(HAKC)에 송금해 유용했다고 주장했다.
이 의원은 이어 현대알카파지는 현대건설의 해외 자회사라고 현대전자 연결감사보고서에 기록돼 있으나 실제 현대건설의 감사보고서에는 자회사로 명시되지도 않은 유령회사라며 이 회사는 송금 직전 설립됐다가 송금 후 실체가 바로 없어졌다고 말했다.
그는 주장의 근거로 회계법인의 단기대여금 처리내용을 담은 2000년과 2001년 현대전자와 현대건설의 연결 감사보고서를 각각 제시했다.
그는 또 당시 정몽헌() 현대 회장은 영국 지사장에게 거래내용을 묻지 말고 송금하라고 지시했으나 당시 지사장이 불법이라고 반발하자 정 회장이 직접 실무 경리직원에게 지시해 송금하도록 했다고 밝혔다.
이 의원은 현대전자가 2001년에 갚아야 할 회사채와 미지급금 등이 5조6000억원이나 되는 등 재정상태가 아주 나빴는데도 해외 공장 매각대금을 다른 곳에 빌려준다는 것은 상식적으로 납득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 돈은 대북 지원자금으로 쓰였거나 아니면 현대그룹 계열사에 불법 사용됐을 가능성이 있으며 불법 정치자금으로 사용됐을 수 있다고 주장하고 검찰과 금융감독위원회 공정거래위원회 국세청 감사원 등이 이 문제를 파헤쳐야 할 것이라고 촉구했다.
이와 관련해 하이닉스 관계자는 당시 하이닉스 감사보고서를 작성했던 삼일회계법인에 확인한 결과 근거가 없는 내용이었으며 전혀 문제가 없는 것으로 안다고 일축했다.
최영해 박중현 yhchoi65@donga.com sanjuck@donga.com